제400회 정례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심사가 이뤄진다. 11대 의회의 마지막 본예산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기에 임하는 제주도의회의 각오는 남달라야 한다.

  집행부와 도의회는 원희룡 전 지사 사퇴를 전후해 지사 공백으로 자칫 도정마비가 우려될까봐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그리고는 도민들에게 추경안 처리를 과정에서 ‘달콤한 우호관계’를 보여줬다. 물론 코로나19 극복과 민생안정이라는 명분하에서는 상당부분 용인된다. 긴급한 코로나 추경에 의회가 심사권을 불필요하게 남용할 명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어긋나는 일들까지 눈감아 넘어가선 안 된다. 정치적 판단책임까지 짊어질 도지사가 공석인 까닭에 권한대행 체제의 집행부가 사전에 전혀 고려치 않았던 예산을 편성하기란 어려울 것이나, 의회의 견제가 느슨함을 틈탄 불요불급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안은 역대 최대치로 지난해 대비 10%가까운, 5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증액됐다. 다른 지자체들도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가면서 지난 2년간 고통을 겪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정책등의 명목으로 역대 최대치 예산을 편성했다고 알려진다. 그만큼 경제적 약자들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살아나갈 체력을 갖추는 문제는 각 지자체들이 당면한 최우선 현안인 셈이다. 제주도의 본예산안이 재정적 위기상황에서도 최우선 과제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촘촘히’ 편성됐는지를 철저한 송곳심사가 실시돼야 한다.

  다만 막대한 예산안을 감시하고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과는 별개로 의회 고유의 권한으로 주어진 예산 심사권이 지방선거 대비용으로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제주도의회의 철저한 자기 검열 또한 필요하다. 차기에 지속해서 의정활동을 벌이고 싶은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이 치열한 의정홍보는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줄 예산 끌어가기 행태가 매번 반복되는게 현실이다.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이 증액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