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제주문화예술섬 꽃피우기
詩로 하나된 詩가 흐르는 마을 '물메'제주문화예술재단 고치:가치프로젝트③시(詩)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그리고서점.극단 공육사, 지난 13일 '시축제 한마당' 마무리 행사
시쓰기.시비트레킹.벽화그리기 체험...주민들 자발적 참여 '큰 힘'
한애리 기자  |  pearl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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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16  18: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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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섬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민간 문화공간이 제주 구석구석에 문화예술의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문화 꿀벌’을 자청하고 나섰다.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지역문화의 주체가 되는 이들 문화공간들의 역할을 확장하고 기존 문화 생산자와 문화 향유자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올해 지역별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사업 ‘고치:가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공공 문화공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한  민간문화공간 지원 프로젝트 7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중략)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

   
▲ 지난 13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400년 된 곰솔나무 앞에서 시축제 행사가 진행됐다.

[제주신문=한애리 기자]이순정·양우선씨가 또박또박 읊는 시(詩)가 물메마을 고요한 저수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는데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서는 ‘시는 읊어야 맛’이 하나 추가된다. 

지난 13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400년 된 곰솔나무 앞에서는 시축제 한마당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수산리 작은책방 ‘그리고서점(대표 정현덕)’과 제주로 이주해온 연예인, 류태호 감독이 이끄는 극단 공육사의 협업 프로젝트를 최종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이승택)이 공공문화예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더 많은 문화예술의 힘을 불어넣기 위해 진행한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인 ‘고치:가치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프로젝트의 ‘끝판왕’이었다.

한 번도 무대 위에 올라서 시를 읊어본 적 없다는 이순정씨(57)는 “너무 떨려서 시를 제대로  읽었는지 조차 모르겠다”면서도 “그리고서점에서 진행하는 시 낭송 수업에 참여하면서 시가 우리의 삶과 참 비슷해서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 그리고서점과 극단 공육사가 공동 기획한 고치:가치프로젝트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는 디카시 쓰기, 시낭송, 북콘서트, 시비트레킹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축제 한마당은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시 낭송 수업과 디카시 수업을 하면서 차오른 시의 감성을 풀어놓는 자리였다. 

어린이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무대에 올라 시 한편씩 낭독한 인원수만 스무 명이 넘는다. 

공연 무대 옆에는 그동안 진행됐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시를 완성시킨 주민들의 ‘디카시’도 전시됐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행사를 계기로 창단한 물메초등학교 학생들의  ‘꿈섬 어린이합창단’도 멋드러진 공연을 했고 춤꾼 박연술씨와 가수 장필순씨도 이날 출연해 시축제를 응원했다.  

   
 

그림이나 음악도 아니고 문학을 소재로 지역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문학을 어려워하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화 거점 프로젝트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가히 시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설고 어려운 시(詩)문학과의‘쉬운 만남’을 위한 워밍업이 가동됐다. 

처음부터 시를 짓는 딱딱함 대신에 시를 마음으로 느끼고 읊어보는 시 낭송 수업과 디카시로 강좌를 열기 시작했다. 

이어서 성인들은 시화를 그려보고 어린이들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벽화그리기로 시적 표현을 대신하게 했다. 

벽화그리기에 참여한 학생 9명은 2시간씩 6차례 동안 일러스트 작가 클로이와 그리고서점의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시적 감수성을 키웠다. 

마을 곳곳에 116개의 시비(詩碑)가 있는 ‘시(詩)가 흐르는 마을’이라는 환경적 요건도 이 프로젝트를 순항시키는 큰 힘이 됐다. 

수산리는 마을과 2012년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한국시인협회의 재능기부를 받아 2014년 대한민국 100대 시인의 시를 자연석에 새겨 넣은 시비 116개가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런 환경적 요건으로 마을은 ‘시가 흐르는 마을’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고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창의 아이디어 사업에 따라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물메문화복지센터도 건립중이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이 복지센터에서 운영해 나갈 프로그램의 부제가 늘 고민이었다.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프로젝트는 이 고민까지 단번에 해결한 ‘해결사’가 됐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시비를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시비트레킹’ 코스도 만들어졌다. 
마을주민들과 직접 걸으면서 시를 읊으면서 시비에 대한 가치와 시가 주는 여유를 만끽하고 얼마나 귀중한 재산인가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마을에서는 이 시비 트레킹을 위해 시비 주변의 풀베기 작업을 통해 시비를 가리고 있던 풀을 모두 제거하는 등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송두한 이장은 “시비가 마을의 자원이고 보물이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면서 “이번 그리고서점에서 진행하는 시비트레킹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마을발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이장은 “시는 읽어야 내 것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프로젝트는 ‘산 좋고 물 좋은 물메마을’ 수산리 주민들 가슴에 시 한편씩을 안기며 문화예술이 주는 긴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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