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서 쏟아진 제주농업의 위기

  지난주 진행된 제400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다수의 의원들로부터 나온 이야기와 도정에 대한 질타는 제주농업의 위기와 지역 불균형이었다.

  국민 먹거리와 직결되는 1차 산업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적인 지구의 모습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산업 역시 농업이다. 특히 제주농업의 경우는 관광업과 더불어 제주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중 하나다. 어느 의원의 지적대로 농업이 전국산업의 1.8%를 차지하지만 제주에서든 8.8%에 달한다. 국가가 1.8%를 차지하는 농업 정책을 수립하는 관점과 제주도의 중요 산업인 농업에 대한 자체적 정책구상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자신의 지역구를 대변해야 하는 의원들이 밝히는 읍면 지역의 1차 산업의 위기감은 훨씬 심각하다.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물론 제주지역의 지가가 비싸 농가 보유 자산 수준도 최고수준에 속하고, 농가소득도 최고 수준에 속한다지만 오랜기간 보유한 농지에서 매각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않은 지가상승 이익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농가소득역시 농가부채상환과 생산비를 감안하면 제주농민들이 ‘먹고 살만하다’ 느낄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제주 고유의 기후조건으로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하던 일부 작물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타 지역에서도 생산이 시작된다. 전국 월동작물의 과반수를 생산하며 경쟁력을 유지해온 제주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월동작물 외에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대중적이지 않은 작물을 소비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농업에서도 늘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끌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는 당초 약속했던 농민수당을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췄다. 점차 증액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로부터 터무니 없는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낮은 수익성에도 공익 차원에서 농업을 유지해나가려는 농민들의 사기저하는 당연히 뒤따라 온다.

  현재의 복잡한 상황은 “빚은 벌어서 갚는 것”이라면서 농가에 대한 지원을 홀대했던 원희룡 전지사의 기본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어느 의원의 비판처럼,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 도정은 어쨌든 사퇴한 원 전 지사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민선 8기 도정에서는 농업을 비롯해 1차 산업들이 도외시되거나 유효적절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집중 점검하고 대안을 내야 한다.

양극화로 심화된 읍면·산남지역 소외

  농업등 1차 산업의 위기는 지역 불균형과 결국 맞닿아 있다. 1차 산업을 지탱하는 읍면지역 인구들이 지속적으로 동지역으로 유출돼 인구쏠림이 심화되면서 노후화 된 읍면지역은 단순한 정책지원만으로 버틸수 없는 지경이 됐다. 소멸위험이 지적되는 대다수 읍면에 노동인력이 없어 낮은 농업수익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이마저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노동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읍면지역의 소외문제는 산남·산북간 불균형 문제로도 비화된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그 인근지역으로 뻗어가는 지역발전 양상 때문에 제주시에서 먼 산남지역 읍면의 경우 ‘양극화’로 표현될 만큼 더욱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제주의 당면 현안인 지역 불균형 발전과 1차 산업 정책은 연계돼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로운 1차 산업인구가 끊임없이 수혈될 수 있게 도시정책, 인구정책, 복지정책, 산업정책 모두가 한 방향으로 향해가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