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 갑)·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최근 임의로 행정시장 예고를 의무화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민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을 공론화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제도를 바꾸는 형식과 내용 모두 지방자치 정신에 위배된다. 두 의원은 더 큰 논란이 예상되는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 조항을 즉각 삭제해야 한다.

　행정시장 제도는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제도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주민자치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느닷없이 도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온 행정시장 직선제 또는 기초단체 부활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요구를 묵살하고 멋대로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를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도민을 무시한 월권행위다.

　제주특별법 제12조는 도지사 후보자로 등록하려는 사람은 임명할 행정시장을 행정시별로 각각 1명을 예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동법 11조의 규정에 따라 도지사로 당선된 후 행정시장을 임명해도 된다. 현행 특별법으로도 행정시장 예고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예고제 의무화를 명시하려는가.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가 제도화하면 기초단체 또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은 논의 자체가 영향을 받아 탄력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논의에 방해가 될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 조항 신설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이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과소 평가해선 안 된다.

　도민사회도 박탈된 기초단체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 도입은커녕 자기사람을 심어 행정시를 완전히 장악해 더 힘이 센 ‘제왕적 도지사’의 탄생을 가져올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 제도 신설을 적극 저지해야 한다.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지 않으려면 두 의원이 낸 발의 내용이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