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제주문화예술섬 꽃피우기
과거 기억하는 돌문화 '쉼팡' 다시 현재와 미래를 잇다<고치:가치프로젝트 ④>
함덕32.돌하르방미술관, '댓돌쉼팡으로 되살아나는 공동체문화' 진행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시작...변화.주민.예술의 조화 실현
한애리 기자  |  pearl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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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23  1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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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섬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민간 문화공간이 제주 구석구석에 문화예술의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문화 꿀벌’을 자청하고 나섰다.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지역문화의 주체가 되는 이들 문화공간들의 역할을 확장하고 기존 문화 생산자와 문화 향유자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올해 지역별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사업 ‘고치:가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공공 문화공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한  민간문화공간 지원 프로젝트 7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와 돌하르방미술관이 협업한 '댓돌쉼팡으로 되살아나는 공동체문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퍼포먼스가 지난 23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3구 노인회관 앞에서 마련됐다.

[제주신문=한애리 기자] 핸드폰이 생활화된 이후 우리의 일상은 급변했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필요한 곳으로 돈을 보낼 수 있고 받을 수도 있다. 앉아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 주기도 한다. 지인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대화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마주할 일이 줄었고 커뮤니티 공간도 제 기능을 잃고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이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이승택)이 진행하고 있는 고치:가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대표 배진섭, 이하 함덕32)와 돌하르방미술관(대표 김남흥)의 협업 사업인 ‘댓돌쉼팡으로 되살아나는 공동체문화’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는 1902년 남강 한석봉 선생이 멜(멸치)그물(지인망)의 조망법과 조업법을 가르치면서 멜잡이를 시작했고 멜그물 8선진을 구성해 마을주민 모두가 멜잡이를 했다. 

   
▲ 마을주민 등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댓돌쉼팡을 쌓고 있는 모습. 서툴지만 정이 있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돌문화다.

지금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수욕장 주변에는 상가와 호텔들이 들어서 겉모습이 많이 변했다. 

멜잡이를 바탕으로 공동체 문화가 뿌리깊이 박힌 곳이 바로 함덕리지만 개발 붐을 타면서 이주민 유입도 많아지고 도시적 양상도 확대돼 점차 옛 모습이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아직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팔선진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고 마을 곳곳에 무속 신당을 비롯한 전통문화가 숨을 쉬고 있다. 

제주신화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과 학술연구 등 지역 문화기획을 하는 함덕32와 제주의 돌문화를 통해 고유문화와 역사를 전하고 있는 돌하르방미술관이 손을 맞잡았다. 

   
▲ 댓돌쉼팡 안녕기원제에서 배진섭 대표와 김남흥대표, 한명용이장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로 제주와 지역의 문화자원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직접 성과물을 만들고 마을문화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기획했다. 변화·주민·예술이 조화로운 일, 중·장년층의 유년기 추억 저장 장소이자 미래세대와 현세대가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댓돌쉼팡’을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남흥 돌하르방미술관 대표에 따르면 ‘댓돌쉼팡’이란 말은 제대로 용어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집 안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놓는 평평한 댓돌과 관광개발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 각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이던 정자목 아래 쉼터를 합친 말이다. 

이번 문화사업을 통해 댓돌쉼팡에서 주민은 물로 함덕리를 찾아오는 관광객 누구나 쉬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이번 프로젝트 ‘댓돌쉼팡으로 되살아나는 공동체문화’는 제주돌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프리(Pre) 프로덕션, 함덕리에 남아있는 돌문화를 답사하고 겹담, 외담 쌓기를 해보는 프로덕션,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퍼포먼스와 후속 사업을 논의하는 포스트(Post)프로덕션 등 총 3단계로 진행됐다. 

함덕32와 돌문화미술관은 많은 공공미술 등이 사업이 끝나면 유지와 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주민들이 사업의 이용자와 수혜자가 아니라 작업 참여자로 끌어들였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마을주민들은 역사적, 환경적으로 제주의 돌문화를 들여다보고 기능과 예술적 관점으로 돌문화를 이해한 다음 서우봉 일대 등 마을 내 정비가 필요한 장소에 가서 직접 돌담을 쌓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상징적인 ‘돌담’이 바로, 함덕3구노인회관 앞 40여 년 된 폭낭을 둘러싼 오래된 데크를 뜯어내고 만든 댓돌쉼팡이다.

마을의 대소사가 공유되고 마을공동체의 활력소 역할을 도맡아 하던 쉼팡을 재현한 것이다.

지금은 금방 작업이 끝나서 새로 만든 인공미가 남아 있지만 1년, 2년 세월이 지나면서 이끼도 끼고 색도 입으면서 아름드리 폭낭과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추며 마을의 공동체 공간으로 다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사업을 진행한 두 문화공간의 바람이다. 

   
▲ 부정한 기운을 막아주는 댓돌심팡 안녕기원제에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다시 복원된 댓돌쉼팡 조성을 축하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작은 행사도 지난 21일 댓돌쉼팡 앞에서 진행됐다. 부정한 기운과 액운을 물리치기 위한 행사로 마을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함덕리 출신 김영철 심방이 안녕기원제를 지냈다. 또 제주무용예술원 예닮 고춘식 대표와 단원들이 살풀이춤과 대동춤을 추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마무리까지 지켜본 한명용 함덕3구 이장은 “어릴 때부터 살던 함덕리의 추억이 남아있는 이 퐁낭아래 댓돌쉼팡이 복원돼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역의 문화가 댓돌쉼팡으로 되살아날 것 같은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한 이장은 이어 “함덕 마을 안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주민의 힘으로 완성됐다”며 “이제 함덕리의 댓돌쉼팡은 평생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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