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전국 700여 곳의 아파트 단지 벽면에 달려있는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주지역 아파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은 “‘월패드 해킹’ 사태와 관련해 지난 22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수사 의뢰를 받고 현재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영상 유출과 유통 등 세부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불법 촬영 혐의를 적용해 이에 가담한 해커들을 검거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날 아파트 가구 간 망(網) 분리를 의무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어, 해커가 아파트를 한 번만 뚫으면 전 가구의 월패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취약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월패드 해킹 사태는 이달 11일 해커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 등에서 국내 아파트 내부로 추정되는 사진·영상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게시자는 “한국의 대부분 아파트를 해킹했다. 아파트 내부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추출한 것”이라며 일부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거실 모습 뿐만 아니라 사생활 모습까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게시자는 한국의 700여 곳의 아파트 단지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며 아파트 단지 이름까지 공개했는데 제주도내 아파트 단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가 커지면서 제주시내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정모(47)씨는 급히 집 안에 보이는 카메라를 모두 스티커 등으로 가렸다. 월패드 카메라가 해킹돼 집 안 영상이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거실부터 방 안 컴퓨터 모니터에 달린 카메라까지 가릴 수 있는 것은 다 가렸다”며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집 안 카메라를 다 가리라고 당부했다. 카메라가 해킹돼 사생활이 노출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월패드 해킹 사건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월패드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항상 카메라 렌즈를 가려두고, 월패드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되 1234나 ABC처럼 쉬운 것은 피하라”는 지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