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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판배는 제주 해민정신의 상징이다.
이러한 덕판배가 그동안 국립제주박물관 야외에서 7년간 전시되어 오다가 비바람에 부식되었다 하여 관련기관에서 내린 결론이 철거다. 제주정신의 하나인 상징물이 자료 속에 파묻혀 버리려는 어이없는 현실에 말을 잃었다.제주인들 조차도 제주에는 자리 돔 잡는 배라 하여 ‘자리 테우’라고 부르는 ‘테우’만이 제주 배인 양 알고 있지만, 제주 덕판배야말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 없는 제주인이 자랑할 만한 전형적인 제주형의‘너장배’다.
변방의 섬인 제주 역사를 연 것은 바로 덕판배다. 이 덕판배가 제주의 역사를 창조하고 문명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제주인들이 바다로 진출하여 인접한 국가들과 공식 교류를 행했다는 문헌은 많다. 최초의 문헌은 “배를 타고 중한(中韓)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역을 했다”라고 기록한 A.D. 3세기 경 서진의 사학자 진수가 쓴 삼국지 위서동이전이 있는데 이 기록에 의하면 제주인들은 지금으로부터 1700여전 전부터 이미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하여 해양문화를 일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섬사람들은 바다를 기회와 자유, 그리고 도전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노도의 바다’로 알려진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 ‘제주 바당’에 적응한 제주 보재기들의 덕판배는 ‘싸움판배’ 혹은 ‘당도리배’라고 불렸다. 덕판배는 조선 배보다 날쌔고 일본 배보다는 견고해서 수전시 공방에 유리한 나무로 된 너장배였다.
또한 덕판배는 제주 섬의 암석해안을 의식해서 만든 배의 맨 앞부분 이물의 상부에 마치 석조아치의 키스톤의 형상을 한 두툼한 나무판인‘덕판’과 그 밑으로 가로로 댄 통나무 보호대는 충돌시 어떠한 배도 침몰시켜 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돛과 노 혹은 키 등 모든 동력 기능이 상실되었을 때 배를 안전하게 표류케 할 수 있도록 대바구니로 만든 낙하산 원리의 부동식 닻이라 할 ‘풍’을 개발한 것도 제주 해민들만의 지혜였다. 조선 수군도 제주 해민들의 덕판배를 모방하여 병선을 만들자고 했던 것과 고려시대 이미 2척의 제주 배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고 또한 몽골이 일본 원정을 위해 제주배 100척을 짓도록 요청한 것도 먼 바다에 강한 제주 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중하고 자긍심이 강한 제주선인들의 지혜와 그 상징물을 자료 속에 묻어버린다니 정말 어이없고 우습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발굴에 더 힘써야 하고 그것을 알리고 보존해야 하는 관련기관과 학자들의 예산타령하면서 나 몰라라 하다니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우며, 묻고 싶다. 제주해민들의 진취적이며 개척자적인 모험가 정신의 상징인 덕판배가 제주의 전통적인 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제주인이 얼마나 되는지.
덕판배를 복원하여 관련 박물관 실내에 전시를 하되, 조그마한 푯말이 아닌 제주인의 자긍심과 선인들의 지혜가 깃들인 자료설명을 충분히 하여 제주인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것과 동시에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시인/(전)제주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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