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신문=한애리 기자] 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생태계의 보고 ‘습지’.
한 예술가가 그 습지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는 습지에는 물이 있다. 그 투명한 물은 수면 아래를 비추면서 반사된 하늘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실적인 화풍으로 미술계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이광호씨.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전공 교수이기도 한 그는 뉴질랜드 습지 풍경을 들고 제주도민을 처음 만난다.
지난 11일부터 갤러리2 중선농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물을 종이 위에 그럴싸하게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사실적인 묘사 방법을 연구하고 학습했던 그는 자서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인물과 선인장을 주제로 작업을 하다 최근에는 풍경화를 그린다.
특히 그는 눈으로 파악한 대상의 촉감을 재현한다. 자연에 대한 감흥은 단지 눈이 아닌 몸의 반응에서 기인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에 내보이는 작품 6점은 2018년 뉴질랜드 여행 중에 마주했던 케플러 트랙의 습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는 습지의 물 표면, 식물의 촉각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을 긁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수풀과 더불이끼의 묘사는 뽀족한 판화용 도구로 화면을 긁고, 고무 붓으로 물감을 툭툭 내던져 완성됐다.
붓으로 형상을 섬세하게 그리고 다시 긁고 툭툭 던지는 과정은 대상의 촉각적 특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전시를 하는 갤러리2 중선농원은 “이광호 작가는 자신이 습지에서 경험한 것이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자연 안에 있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자연과 자신이 서로 마주보는 순간에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때 몰려오는 외로움은 그 아름다움에 공감해 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호 개인전은 내년 3월 12일까지 열린다.
관람시간은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문의=02-3448-2112.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