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제주문화예술섬 꽃피우기
말똥 태우며 끓인 콩죽, 추억서린 옛 기억의 문 열다 <고치:가치프로젝트 ⑦>
비아아트·한뼘책방, 역사 속 제주의 재발견…음식·민요·영화 통한 ‘문화의 맛있는 조리’
15일까지 이주작가 6인 전시회…도예작가 박선희씨의 시할머니와 도자기 이야기 ‘감동’
한애리 기자  |  pearl80@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12.15  17:58:0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제주문화예술섬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민간 문화공간이 제주 구석구석에 문화예술의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문화 꿀벌’을 자청하고 나섰다.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지역문화의 주체가 되는 이들 문화공간들의 역할을 확장하고 기존 문화 생산자와 문화 향유자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올해 지역별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문화거점 기반 지역문화 활성화사업 ‘고치:가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공공 문화공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한  민간문화공간 지원 프로젝트 7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 지난 10월 30일 제주시 산지천 옆 고씨주택에서 사료 속 제주음식이야기의 마지막 행사가 마련됐다. 이날 자연주의 요리연구가 김은영씨는 아흔 넘은 할머니가 알려준 콩죽 레시피를 재현했다.

[제주신문=한애리 기자] 낭만적이고 기품있는 문화예술프로젝트였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요즘, 그 보여지는 것 뒤에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질적, 양적으로 변화해온 지금 제주의 모습 속에 감춰진 역사와 전통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비아아트 대동호텔 아트센터와 이도2동 가령골에 위치한 한뼘책방의 협업 프로젝트 ‘찾고, 연결하여 만드는 문화소셜다이닝-제주예찬(이하 제주예찬)’은 제주의 깊고 푸른 바다를, 한라산의 위용을 예찬했다. 무엇보다 작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품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이승택)의 제주예술섬을 표방하며 진행된 2021 가치:가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던 제주예찬은 우리의 손닿는 일상에서 역사를 되짚고 그 가치를 찾는 여정이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 선생 저서의 한 부분인 ‘정조지’의 조리법에 제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대입해 음식을 만들고, 아흔 살 넘은 제주 할머니에게 조르다시피 해서 알아낸 레시피를 이용해 잊혀져가는 제주음식의 맛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주 선인들의 지혜를 미뤄 짐작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함께 만들고 같이 맛보고 즐기는 ‘소셜다이닝’을 진행하기엔 코로나19의 장벽은 높았고 그 대신에 역사와 선인들의 지혜로 완성된 음식은 도시락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도시락에 담긴 음식 하나 하나 제주의 역사를 거슬러 찾아낸 가치와 노력으로 만들어졌고 제주 땅에서 난 좋은 재료들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 고씨주택에서 열린 사료 속 제주음식이야기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모습.

제주예찬은 종이라는 재료가 가진 물성을 중요하게 여겨 직접 종이 만드는 과정도 확인한다는 성민화 작가의 ‘사물들:thing’ 전시회도 마련했고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낭독회, 사물의 곁에서 글쓰기를 하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세 차례 진행된 사료(史料) 속 제주 음식 이야기에는 조천여성농민회 김미랑씨가 함께 해 토종씨앗을 보존하고 생산하고 있는 과정을 함께 곁들였고, 귤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음식이야기에 오창순 서귀포시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을 초대해 제주의 대표산업이었지만 임금님 상에 진상했던 만큼 제주백성들을 힘들게 했던 역사도 곱씹었다.

지난 10월 9일에는 귤잎을 갈아넣은 반죽으로 만든 떡을 감귤잎에 곱게 싼 귤잎떡이 선보였고 제주풍류회가 출연해 ‘영산회상’을 연주했다. 이형상 목사가 제주를 돌보던 시절 목관아 앞 귤림원에서 즐기던 탐라순력도의 ‘귤림풍악’이 재현되기도 했다. 

10월의 마지막날을 장식한 제주민요 속 제주음식은 산지천 옆 고씨주택 마당에서 소리꾼 문석범씨가 고레고는 소리, 남방애소리, 마당질소리, 갈치낚는소리 등 원형의 제주민요를 직접 채록해 들려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완화됐던 이날 고씨주택 주변에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봤을 할머니집의 냄새가 그윽하게 풍겼다. 

자연주의 요리연구가 김은영씨가 이날 제주의 전통방식으로 콩죽을 만들어 나눠줬는데 말똥을 연료로 태우며 예전 방식 그대로 충실하게 콩죽을 끓였다. 특히 이날 소셜다이닝을 제대로 실현시킨 콩죽은 고레(제주의 맷돌)에 갈아서 만들어야 진짜 맛있다는 90세 넘은 할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레시피였다. 특히 그 레시피를 위해 동원된 고레는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마을박물관에서 선뜻 대여를 해주며 이날 ‘찾고, 연결하여 만드는 문화소셜다이닝’을 빛나게 했다는 비하인드스토리도 전해졌다. 

11월에는 라탄을 이용한 바구니짜기 원데이 클래스도 강문실 공예가가 진행했는데 라탄공예의 인기가 반영된 원데이 클래스가 아니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정동줄기(댕댕이덩굴)로 만들어지던 정동벌립을 만들어보면서 똑같은 상품을 기계로 찍어내는 요즘, 느림과 정성의 삶의 방식에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내어줬다.

섬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가난과 약탈의 악순환 속에서 제주인들이 좀 더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살았던 삶, 영화로부터 역사, 역사로부터 일상을 들여다보며 영화를 통한 제주문화감성 DNA 공유의 시간도 가졌다. 이날 상영회와 대담회는 ‘물숨’의 고영희 감독과 노애드 문경주 편집장 등이 초대됐다. 

치열한 고민과 함께 달려온 제주예찬의 마지막은 15일까지 진행되는 이주 미술인 6인의 전시회로 마무리된다.

   
▲ 15일까지 비아아트에서는 이주작가 6인의 회화와 박선희 도예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여기에 101세까지 살다 지난해 돌아가신 시할머니의 대화를 꼼꼼히 받아적었다가 도자기 작품과 풀어낸 박선희 도예가의 ‘제주의 자연을 담은 그릇’이 지난 4개월 간 제주예찬을 함축적으로 상징한다. 

100년을 살면서 남원을 거의 벗어난 적 없으시던 박 작가의 시할머니는 더 넒은 세상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서 충분히 문화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꽃병을 만들어 설명하는 손주며느리의 설명에 시할머니는 그만의 문화가 내재된 언어로 한 마디맞받아친다.  

“아! 꽃사발이구나! 곱다.” <끝>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한애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10월 24일  |  대표이사:부임춘  |   발행인:부임춘
편집인:전아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아람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