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전아람 기자]

▲ 갈등해소용 여론조사, 시작은 창대했지만

2021년 시작만 하더라도 제주는 해묵은 제2공항 찬반갈등이 종식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장기화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며 성산읍을 예정지로 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에 관한 도민의견을 묻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원 전 지사는 “설문조사 결과 그대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겠다”고 해 도민들은 정확한 다수의사가 확인되면 제2공항 건설 시나리오를 유지·수정·보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설문문항 결정등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난 2월 찬반만을 묻는 단일문항으로 이뤄진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두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는 찬성 44%, 반대 51% 그리고 찬성 44%, 반대 47%. 

 전체도민을 표본집단으로 했을 때 반대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원 도정은 한참 뜸 들이다 3월 여론조사 전문가 자문과 제2공항이 입지하는 성산읍에서는 과반이 찬성해 주민수용성이 확보됐다는 이유로 제2공항 건설을 기존대로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원 전지사와 제주도의회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원 전지사 ‘입맞에 맞게’ 해석해 도의회와의 합의를 깼다는 이유였다. 

 제2공항 적극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정당, 시민단체들은 즉각 원 전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찬성단체, 성산지역 주민들은 지사를 적극 옹호하며 지역간, 정당간 이념과 이해관계 따른 갈등은 한층 심화되고 말았다. 제2공항 추진이 원 전지사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됐다는 불만과 공항 인프라 확충과 제주청년의 미래를 괘념치 않는다는 불평이 상호 교차하며, 잇따른 집회와 단체행동이 제주사회를 혼돈에 빠뜨렸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정석비행장 활용론’

 여론조사를 통한 갈등봉합 시나리오는 오히려 대립구도를 극명하게 만드는 상황속에 국토교통부는 세번째 보완요구를 받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6월 초 환경부에 제출했다. ‘제2차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21~2040)’에 제주 제2공항을 국가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포함시키는 등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였다. 

 이쯤되자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제2공항 갈등의 구심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책임론이 부상했다. 이들이 환경부의 결정을 기다리며 갈등조정 중심에 나서지 않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표 계산만 해 함구한다”는 날선 목소리들이 압박을 가하고, 사퇴촉구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의원들은 ‘정석비행장 활용론’을 내밀었다. 공항 인프라 확충을 전제로 민간기업 소유 비행장이어서 제2공항 부지로 확보(매입 혹은 수용)하기 용이하다는 근거로 정석비행장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도민사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석비행장이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선행된 상황인데 또다시 기술적 검토를 제안해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성산읍 주민들과 정석비행장 인근 주민들은 이유는 달랐지만 대규모 국책사업 예정지를 손쉽게 뒤바꿔 보자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연일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반대측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들이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 다수의 여론을 배제하고 국토교통부와 짬짜미로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꼼수’, ‘밀실정치’라는 쓴소리만 듣던 중 지난 7월 20일 환경부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또다시 반려했다.

▲ 원 지사 사퇴, 대선과 지방선거로 미뤄진 결단

 제주도는 공식입장을 통해 “(환경부의)반려결정은 부동의 결정을 내릴 정도의 환경 훼손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제주를 홀대하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환경부를 나무랐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갈등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종국적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성산읍 주민들은 오랜기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된 불이익과 불편을 성토하며 제2공항 추진을 위해 대권에 도전하는 원희룡 전 지사의 사퇴를 극구 반대했지만, 원 전 지사는 “정권교체로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 8월 초 지사직을 내려놨다.

 9월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제주를 찾아 제2공항 해법을 언급했다. 다수는 극명한 찬반대립을 의식해 “제주도민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안전함을 택한 입장표명에 그쳤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종 가부를 결정할 만큼 제2공항 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면서 도민 뜻을 고려한 신중한 입장을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민의 뜻을 존중해 정부가 나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최근 제주를 찾아 제2공항의 전면 백지화를 공약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환경부의 반려사유를 재보완할 수 있는지를 용역을 통해 진행하는 중이나 이것만으로는 골 깊어진 도내 갈등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다. 그사이 성산읍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또 연장됐다.

도민들은 새해가 되면 차기 지사직에 도전하는 후보자들도 제2공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해법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권정권과 수권도정에 지리멸렬하게 진행되고 현재 진행형인 제2공항 갈등을 풀어 도민들의 극심한 피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주도민들의 정언명령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어떤 해법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년 이맘때 제2공항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