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전아람 기자]

 2022년 임인년 새해, 권위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좌남수 의장을 만났다.

 좌남수 의장은 “도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흑호의 기운을 받아 모든 일에 큰 보람과 성취 있으시길 바란다”고 도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려움을 겪을수록 서로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제주인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좌남수 의장은 2년 넘게 방역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본지는 신년을 맞아 제주도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에서 코로나19 민생대응, 제주4·3특별법 개정, 국비확보에 적극적 동반자 역할을 한 제주도의회의 성과와 과제를 물어봤다. 그리고 정치인 좌남수가 바라는 제주 정치와 동료 의원들에 대한 당부도 들어본다.

다음은 좌남수 의장과의 일문일답.

▲ “방역이 곧 민생”을 모토로 달려왔다. 제주도와 의회의 민생정책, 민생 챙기기를 평가한다면.

지난 2년, 제주도와 도의회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상설정책협의회를 열어 민생안정을 위해 협치에 노력했다. 특히 의료진과 방역 관련 공무원, 각 자생단체 등에서 추진했던 코로나19 극복 노력은 정말 눈물겨웠다. 우리 의회도 코로나19 대응 특위를 구성해 다양한 대응책과 코로나19 이후를 열심히 준비했다.

 도와 의회의 노력에 100점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다시 확산되는 상황에 부닥치다 보니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생각한다. 도민들이 일상 회복을 통해 민생과 지역경제가 안정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11대 의회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하는 부분은.

 ‘도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의정’이 슬로건이다. 낮은 자세로 다가가는 민생의정, 소통의정, 제주미래를 준비하는 창조의정을 의정방침으로 정해 열심히 일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각계각층, 사각지대, 다양한 갈등의 현장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래도 천막촌 사람과 근로자, 직능단체들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려고 했다.

 또한 의회 부활 30년 사상 처음으로 의장 단상을 낮춰 권위를 내려놨다. 의회혁신으로 의원들의 윤리와 책임 의식도 강화하고, ‘일하는 의회’로 탈바꿈시켰다.

 무엇보다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의 결의안을 채택했고, 국회 여·야 대표들도 만나 법개정을 강력히 요청했다.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보상의 길을 열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정치인 좌남수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저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기를 마치면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경험으로 도민 편에 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봉사할 계획이다.

 코로나로 소외되고 어려운, 힘든 도민들을 접할 때면 안타깝다. 지역사회 원로로서 이런 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이 내게 맡겨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물론 도지사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정책 방향을 미리 읽고, 이에 맞는 정책개발과 정부예산을 확보해야 제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도민들은 정치를 말할 때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고 푸념을 많이 한다. 새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구시대 인물에 의존하는 정치로는 제주가 발전할 수 없다. 도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젊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키워주는 정치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원희룡 전 지사 사퇴이후 권한대행 체제와 도정공백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협치에는 비교적 성공한 것 같다. 다만 지나친 협력 분위기가 집행부의 정책적 의지를 저하시키고, 역으로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인상이 있다. 이에 대한 좌남수 의장의 생각은.

 처음 원희룡 지사 사퇴로 도정 공백을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고 있다고 느낀다.

 지난 11월 구만섭 권한대행 도정과 처음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2022년도 예산편성, 2022년도 국비 확보, 4·3 배·보상 문제해결 후속 조치, 제주특별법 개정 등 다양한 논의를 가지며 대화를 원만히 이뤘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지나친 협력 분위기를 경계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갈등과 대립없이 현안 해결에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어서 제주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한다.

 제8기 민선 도지사가 취임하기까지 6개월 정도 있어야 한다. 이 기간에 권한대행 체제가 연착륙해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양할 수 있도록 동반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 전면개정 지방자치법이 조만간 시행되는데 ‘특별한 특별자치모델’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기관대립형 체제에서는 의회가 집행부와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다. 특히 행정은 예산과 인사, 조직권을 다 갖고 있지만 의회는 겨우 심의·의결하는 권한뿐이다.

 집행기관과 지방의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서, 이를 개선하려고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것이다.

 핵심은 의장에게 인사권을 주고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를 도입하고 사무직원수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7단계 제도개선으로 지방자치법에 맞춰 의장의 인사권 독립 규정을 마련하고, 교육위원회 직원도 의장에게 인사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개정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의회 조직권, 예산권까지 가져와 다른 시도의회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담아낼 생각이다.

▲ 11대 잔여 임기에 임하는 의원들에게 당부할 사항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오직 도민과 제주의 미래만을 보며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알고, 도민이 알게 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의정활동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남은 기간 열심히 활동하면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