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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시대 현주소는
13일부터 시행된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으로 전국 지자체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주민의 권리·권한이 한껏 강화돼 주민의 정치참여, 정책참여의 문이 넓어졌다. 게다가 새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위한 전문인력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전통적인 집행부 우위의 지방정부의 형태를 주민의 의사로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특례도 신설했다.
정책 전문인력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된 점에서 제주에서의 선행 실험이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제주도의회의 의정활동 수준이 올랐다는 의회 내·외부의 평가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시행에 앞서 제주의 도의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 수준의 조직구성을 요구해왔다. 국회에 비하면 지방의회의 조직이 왜소하고 허술해 의회의 인사독립이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됐다는 푸념은 일부 동의한다. 주민조례발안이나 주민투표 요건이 제주특별법과 도조례로 보다 더 완화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제주특별법에서 도의회의 동의나 보고 사항으로 규정해둔 특례적 조치들은 더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형식적으로는 자치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어도 실질은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각종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으로 지방재정의 부담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자치재정을 해하는 골칫거리가 돼 이에 대한 제주에서의 불만이 지속 제기되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실험은 중지돼야 하는데도 ‘권한이양’의 탈을 쓴 실패한 자치분권이 존속하는 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와 위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것이다.
실질 주민자치부터 수행해야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위상강화는 직·간접적으로 주민의 위상을 올린다. 의회의 집행부 견제·감시 권한이 넓어지고, 정책관여가 많아질수록 대의기관을 통한 주민참여가 확대되는 것이 맞다. 다만 대의기관이 실제 주민여론과 의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법이든, 제주특별법이든 제도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방향성은 실제로 성공적인 주민자치를 구현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자치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은 물론 국회의 운영, 조직, 운영인력을 그대로 차용해 지방의회에서 구현하는 것은 전국 지방의회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다만 실제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으로 제주도의회가 위협을 느끼는 부분은 상당부분 의원의 권익과 권한에 집중돼 있어 도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방향성을 지방의원 권한에만 몰두해 정책연구위원의 수를 아예 조례로 위임해 도의회가 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 의원의 임기와 동일한 별정직 보좌인력을 요구하는 것, 순차적인 하위법령으로의 위임이 아닌 법률이 직접 조례에 위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저 특정 집단의 이익 챙기기로만 비칠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요구에 쓴소리도 마다 않는다. 의원들이 느끼는 위상강화방안을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민들과 지역사회에서 의회의 위상을 달리 느낄 수 있도록 주민들의 삶에 촘촘히 들어서는 의정활동을 펴야 하고, 그 전제로서 보다 더욱 활발한 대민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방자치법과 제주특별법으로 보장된 주민들의 각종 권한과 권리를 제주에서 먼저 실행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회가 가교가 돼야 한다는 당부도 있다. 무엇보다 의원의 전문적 역량은 보좌인력의 확대보다 의원 개인이 스스로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가 지방자치 3.0을 먼저 시작해야 ‘특별한 제주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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