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전아람 기자] "긴 세월동안 막연한 존재였던 아버지는 이제 다시 가족과 함께 하는 아버지가 됐습니다"

 김영숙(75세)씨는 4·3희생자 신원확인 조사사업을 통해 아버지 고 김석삼씨의 유해를 인계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고 김석삼씨는 1948년 김영숙씨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귀국해 단 3일을 같이 지내고는 1948년 군법회의로 희생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유전자감식을 통해 뒤늦게 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 유족대표 고 김석삼씨의 딸 김영숙씨는 "74년이란 긴 세월동안 막연한 존재였던 아버지는 이제 다시 가족과 함께하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라며 손수 적어온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10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이 주관한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가 열려 가족이 확인된 유해 5구가 유가족들에게 인계됐다.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시도(NGS 분석기법)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지난해 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유해가 가진 한정된 유전정보만으로는 부자관계 이상 조손관계처럼 먼 가족관계일수록 신원확인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미확인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해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확인된 희생자들은 행방불명됐던 고군현(1926년생, 대정면 안성리), 김영송(1918년생, 조천면 함덕리), 군법회의로 희생된 김석삼(1914년생, 서귀면 호근리 1948년 군법회의), 김규희(1924년생, 제주읍 화북리, 1949년 군법회의), 양희수(1923년생, 한림면 동명리, 1949년 군법회의)다.

▲ 신원확인 된 유해의 유족들이 헌화하고 분향하는 모습

 고희범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아직도 유해찾지 못한 유족의 아픔이 지속된다“면서 ”한분의 유해도 방치되지 않도록, 유족을 찾지 못한 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계된 5구의 유해는 유족 합동제례 이후 곧바로 봉안당에 안치됐다.

 지난해까지 발견된 총 411구의 유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138명이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의 유해발굴과 273구의 희생자 신원확인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