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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꽃밭에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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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20  17: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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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꽃밭에 있어야 하는 진리를 안다.

 1월 중순에 겨울꽃 팬지를 텃밭 가장자리에 여러 개 심었다. 적상추, 청상추, 대파, 겨울 배추, 같이 어우러져 있는 가장자리의 색상은 꽃이 귀한 겨울에 홍일점이 되다시피 한다.

 현관 앞에 제라늄은 외로이 빨간 꽃을 피워 내며, 겨울의 찬 기온과 맞닥뜨리며 견디고 있고, 작년 10월부터 계절을 잃어버린 듯한 창꽃(야생 진달래)5개월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한라산 기온을 흠뻑 받는 듯한 분위기다.

 역시 높은 고지대에서 자라서 추위를 이겨내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년에는 4월에 무게를 잡았는데.

 2월 초 오일장에서 노랑꽃의 미니수선화와 튤립을 사서 대문 앞 좌측 미니 꽃밭에 즐비하게 심었다. 기존에 있었던 아젤리아철쭉 빨간 꽃과 어울림에 보기가 좋다. 어제는 겨울 눈 대신 촉촉한 비가 내렸다. 심어서 며칠 안 된 꽃들이 자리에 정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은 힘이 없어 보이는 꽃들이 서서히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본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아니 이 지구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병마에서 회복할 때 다 이처럼 서서히 하는 더딤을 보일 것이다. 그래 누군들 환자가 되고 싶어 아프겠는가? 살다 보면 기능의 저하 등으로 오늘보다 더 못하는 날들이 오리라 하는 마음으로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 꽃처럼 자리에서 옮김을 당했을 때 이겨내려는 안간힘, 살아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내게 동요를 주듯 말이다.

 텃밭에 팬지꽃을 심은 후에 손녀들이 집에 왔었다. 나는 손녀들에게 자랑으로 할아버지! 꽃 심었다하면서 텃밭으로 갔다. 그런데 큰 손녀가 서슴없이 하는 말이 할아버지 앞에 있는 채소가 크면은 꽃들이 가려지겠네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10살 손녀가 기특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고 단지 텃밭 가장자리에 꽃을 빙 둘러서 심어두면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때 보기가 좋을 것 같았다. 손녀의 예리한 영특함에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 그때를 상기하며 팬지꽃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니 꽃밭을 조금 늘려서 꽃을 옮겼다. 역시 손녀가 내게 준 아이디어가 맞아 떨어졌다. 꽃은 꽃밭에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꽃과 꽃들의 어우러짐이 마음마저 풍성하게 해준다. 세상의 겨울꽃은 다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다.

 텃밭에 있을 때보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곧바로 볼 수 있어 훤한 느낌으로 꽃과 대면 할 수 있어 좋아 보인다.

 내년 겨울에도 같은 자리에 미니수선화, 튤립, 아젤리아철쭉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옮긴 팬지는 다년생이 아니므로 이 계절이 지나면 세상을 떠난다. 사랑을 더 주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찡하다.

 춘분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에서 새싹들이 동원되겠지. 지금 막바지 추위에 떨고 있는 떨켜들의 행진, 말이다.

 오고 있는 계절, 봄에는 지금 만들어 둔 정원의 화단에 색깔이 다른 철쭉을 여러 종류 심기로 했다.

 지금 기다리고 있는 3월 초를, 나는 반드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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