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삼형제큰오름에 레이더 시설을 설치하려다 중단됐지만 제주도가 인허가를 취소할 수 없어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제주도가 적법한 인허가 처분을 내렸고, 이후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발생했더라도 이는 처분의 위법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조계의 판단으로 제주도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공사를 재개해도 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보전지역관리조례상 절대보전지역일지라도 문화재청과 제주도지사의 허가가 있으면 이번 공사같은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는 맹점때문이라지만 그 이유로 어쩔 수 없다고 도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궁색하지 않나.

 적법한 인허가를 취소할 경우 정부의 손해를 배상하는 문제가 달려있고, 당초 비용보전을 전제로 철회가능성을 타진하던 국토교통부가 입장을 달리해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제주도는 아무런 대책없이 정부요구에 응하는 꼴이 됐다.

 더구나 인허가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기준이 된 ‘도민갈등’은 도정의 잘못을 도민갈등으로 호도하려는 시도여서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절대보전지역의 대표격인 제주의 오름에 레이더시설을 설치하는데 도민의 갈등이 유발될 소지는 없다. 제주도가 관련 규정과 레이더 시설 설치부지가 오름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섣불리 국토교통부에 인허가를 해줬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행정의 과실과 오판으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이를 제주도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적법 허가를 취소할 것인지 아니면 관련 규제의 흠결을 보완하고 국가공익적 시설이라는 사유를 전제로 도민들에게 예외적 허용이 될 것이라고 설득을 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생략된 채 제주도정은 스스로의 잘못을 도민갈등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고 회피하려는지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