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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선 탄 비운의 화가, 90년 만에 귀향서귀포시 남원읍에 '남북분단의 상징적 존재' 한우영 화가 기리는 갤러리 개관
아들 한정삼씨, 부친이 남긴 원화 3점, 디지털 복원 작품 등 10여 점 전시
한애리 기자  |  pearl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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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8  17: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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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영

[제주신문=한애리 기자] 북송선을 탄 비운(悲運)의 화가가 있었다. 

1920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본 재일조선미술협회에서 활동하다 미군부대 통역관을 지낸 후 북한으로 넘어간 한우영 화가. 


월북, 북송이라는 말 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엄혹한 정권 아래서 잊혀진 제주 출신의 미술인이다. 

8·15 해방 후에는 미군정 고문단에서 영어통역관으로도 근무했던 화가 한우영은 일본에서 ‘폭풍의 화가’ 고(故) 변시지와 ‘빛의 화가’ 고 양인옥을 비롯한 송영옥, 이경조, 고삼권 등과 재일조선미술협회을 결성한 제주 출신 화가다. 

제주와 일본을 오갔던 그는 일본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미술 관련 번역과 미술평론을 썼는데 1954년 기관지 ‘조선미술’을 통해 ‘예술에 있어서의 당성에 관한 레-닌적 원칙’ 등의 글을 발표했다. 

1955년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를 결성해 지방 순회전시를 다녔고 한우영 미술제작 스튜디오 미술연구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 한우영 작 오사카 항.

그러던 그는 1958년 중앙조선회관에서 김창덕, 김인두 등이 참석하는 ‘귀국문제에 관한 좌담회’에서 월북 준비를 고백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조선해방 15주년 기념 미술전을 열고 조선적십자회 대표단 환영미술전 등에 참여하던 그는 1962년 1월 1일 재일조선미술가화집을 만든 후 북송선을 타고 돌아오지 못할 길에 오르게 된다. 

이후 그의 삶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가족들에게 남겨진 편지 등를 통해 북한 당국에서도 작품을 수매할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였다는 점, 그리고 경원대 윤범모 교수의 ‘재일화가의 민족의식과 분단조국’이라는 글에서 “한우영이라고 이북에 가서 감옥생활을 하다가 사망한 분이 있었다”라고 전해질 뿐이다. 

그의 작품 ‘민족 군상’, ‘귀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강제 송환 반대’ 등은 재일조선미술가화집에 수록돼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제주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그는 슬하에 아들 정필·정삼이 있다. 

이제 칠순을 훌쩍 넘은 아들, 서귀포시의원을 지낸 한정삼씨(76)가 잊혀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작은 미술관을 열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로 620번길 41에 자리한 한우영갤러리. 

어쩌면 묻혀버릴 수 있었던 한우영 화가의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예술에 대한 작가의 이상향, 열정을 가늠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

유명을 달리했겠지만 실제적으로 사망신고도 하지 못해 지금까지 제사 한 번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아들이 마음껏 보지도, 마음껏 불러보지도 못했던 부친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갤러리에는 가족에게 남겼던 한우영의 원화작품 3점과 재일본조선미술협회 활동 당시 화집을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그의 일대기를 엮어놓은 책 등이 전시됐다.
 

   
▲ 한우영 작 귀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우영갤러리 대표 한정삼씨는 “아버지께서 조각도 하셨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1961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일성 원수 입상 조각은 2m가 넘는 작품인데 그 열정에 다시 한번 놀랐다”면서 “몇 점 안되는 작품들이지만 세상에 내놓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했고 이제서라도 실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순관 담소 미술창작스튜디오 대표는 한우영갤러리 개관을 한우영 화가의 귀향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는 “해방 이후 남북한 사회가 겪은 갈등과 정치적인 문제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던 불운한 화가 한우영이 고향을 떠나지 90년 만에 고향으로 귀향했다”고 환영하면서 “남북분단의 상징적 존재로서 한우영의 조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한우영에 대한 본격적 탐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기초적 자료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의 존재를 한정삼(둘째 아들)의 구술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앞으로 한우영의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한우영갤러리는 오는 4월 26일까지 고은·김순관·손일삼·신경수·양민희 ·유창훈·이미선·이옥문·이창희·임성호 등 제주지역 중견작가 10여 명이 참여하는 개관 기념 초대전 ‘한라산을 품-다’를 열고 있다. 문의=010-363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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