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11구의 유해가 발굴된 구좌읍 다랑쉬굴 발견 30년을 맞아 상세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주4·3 관련 단체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제주언론학회·제주4·3평화재단·제주4·3연구소는 지난 26일 ‘다랑쉬굴 발굴 30년,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당시 유해 발굴에 대한 면밀한 진상조사와 이곳 성역화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미 다랑쉬굴은 제주4·3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지만 유해가 발견된 상황에 대한 조사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굴에서 생활하던 민간인들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과 수습 후 화장해 처리한 과정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특히 당시 정권의 강요에 의해 유해가 화장돼 졸속·파행으로 처리됐다는 주장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

　4·3 당시 수많은 양민이 학살돼 매몰된 현장은 이 곳만이 아니다. 제주공항 내 부지 등에서도 많은 희생자들이 발굴됐다. 하지만 공항내 피해 현장은 출입을 할 수 없는 곳이어서 역사의 현장을 접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다랑쉬굴은 지금이라도 충분히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는 4·3관련 단체들의 요구대로 일대 사유지를 조속히 매입해 성역화 하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잘 보전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4·3처럼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해 후세를 위한 교육의 현장으로 남기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도는 다랑쉬굴의 추가 조사와 성역화 작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