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 번 태어나면 언제 한 번은 간다. ‘우리’라는 낱말 속에서 살다가 혼자라는 테두리를 못 벗어나 한 번 가는 게 인생이라 그 누구든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알면서도 버티고 있다.

　얼마 없으면 4주기가 온다. 나와 제일 가까운 다섯째 형이 돌아가신 날은 내가 근무하는 섬, CH 중학교에 ‘병꽃(꽃말: 전설)나무’를 심은 날이다. 2018년 4월 21일(토요일) 병꽃 22본을 사서 다음 날 학교로 가져가서 심을 계획으로 미리 우리 집에 가져다 놓고 22일에 선생님들과 약속이 되었으나 나는 형님의 작고로 섬에 가지 못하고, 부두에서 배웅하고 돌아왔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비를 맞으며 작고의 날에 나의 현 근무지이며, 형과 나의 모교인 학교에 계획대로 식목하였다.

　나는 오늘 동쪽 화단에 삼색으로 피어있는 병꽃을 바라보면서 옛날을 추억한다.

　형님! 그 가난했던 1970년대 초, 나의 대학 시절에 함께 자취하며,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였습니까? 군대 갔다 온 후 P 시험 낙방에 그 백수의 나날을 나는 압니다. 가난했기에 많이 배고팠는데, 아니 그때는 살아있어서 행복했는지도 모릅니다.

　형님! 오늘따라 내 마음이 무척 측은합니다. 본도에서 근무할 때는 그래도 한두 번은 집이며, 병원을 찾아가서 얼굴을 보았는데 지금은 여기 고향에서 Y공원의 2층 작은 방에 명표를 달고 계심에….

　그 옛날 살아 계실 때 그 과거로의 생각에 생각으로 여러 번 회고만 할 뿐입니다.

　4월 20일 금요일 J 병원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머리에 아립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 형님께 큰조카가 “작은 아빠 왔어요” 하니,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인지하여 말없이 침대 양옆을 잡고 힘껏 밑으로 내리 밀며 일어나려 하던 형님, 힘이 약하여 못 일어나고 지쳐 버린 모습, 이내 눈을 감고 버겁게 코로 호흡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형님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만 볼 수밖에 없었던 그때, 다시 “작은 아빠! 왔어요” 하고 형님을 부르는 조카에게, 나는 “놔두라” 하고 지켜본 게, 그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형님! 나는 집에 와서 우리 집사람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주 마음 아파했더랍니다. 이제 “손 놓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입니다.

　그 후 22일(음력 3월 7일) 07시 56분 큰 조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의 상태가 안 좋아 간호사실 옆 임종실에 옮겨졌다고. 그리고는 한마디, 누구든 잘 안 가는 방이라고. 그런 후 또 한 통의 전화, 08시 28분에 운명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한 많은 세상을 버리고 이제는 주검의 홀로서기에 섰는가 하며, 그래도 살아보려고 무딘 애를 쓰시던 그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다시 그 옛날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왔는데 물질이 없어도 우리는 우리였는데 말입니다.

　지금 형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배호의 노래를 듣습니다. ‘마지막 잎새’ 하며, ‘안녕’하며, ‘돌아가는 삼각지’, 이 모두를 들어도 형님의 모습은 내 주위에 없습니다.

　나 또한 세상을 떠나면 이렇게 대답이 없겠죠. 허무한 게 인생이라더니 우리 모두의 길이기에 나 또한 내일을 잡고 싶지 않습니다.

　형님! 이제 이 글을 접으렵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친동생이 영면의 형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