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4·3추념식이 엄숙한 분위기속에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로 대신하며 김부겸 국무총리가 추념식에 참석했고, 이례적으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보수정당 출신의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대로 참석했다.

 이번 참석은 보수정당 대통령(당선인) 신분으로서 첫 참석이라는 큰 의의가 있다. 당장 일각에서는 이념론의 안경을 쓰고 윤 당선인의 참석을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들이 존재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4·3을 많은 수의 무고한 제주양민들이 희생된 역사적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해도, 비극적 과거를 화해로 치유하고 인권의 문제로 승화시켜 나아가는 제주인들의 미래지향적 태도를 알려도, 안타깝고 야속한 오해의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제주 4.3을 둘러싼 전체의 사실중 일부분만을 부각시키며 4.3의 전체로 규정지으려 한다. 오해를 해소하려는 노력에는 오랜 상처를 다시 헤집어야 하는 고통은 물론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생존 희생자와 1세대 유족들의 끔찍한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순수했던 제주의 양민들은 전후 사정도 모른 채 이념의 잣대로 피아가 구별된 상태서 한 마을이, 한 가족이 초토화되는 위협에 직면했었고 긴 세월을 숨죽이며 살아왔다. 70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야 트라우마로 인한 목소리를 내고, 불법적인 국가의 공권력이 잘못됐다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한 개인과 가정, 마을, 지역사회의 강제적이고 폭압적 해체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후세대들이 이를 갈등과 반목이 아닌 화해의 미래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것도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이다.

 윤 당선인은 바꿀수 없는 과거 대신 비극을 평화로 바꾼 제주의 힘을 강조했다. 이제는 보수정당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더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앞장서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