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추진 중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이 1심에서 승소하면서 항소심에 대비한 제주도의 추가 논리 개발이 시급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그제(5일)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 관련 조례의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조건에 내국인 진료 제한 등과 같은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관을 붙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진료를 제한할 근거가 없으므로 내국인도 외국인과 같이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초 영리병원 개설 허가 목적이 외국인 진료에 있었으므로 외국인 진료만 허용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제주도는 영리병원 허용 목적의 당위성을 집중 연구 개발해 내국인까지 진료가 가능한 영리병원 허가가 불가하다는 점을 입증시켜야 한다. 최근 녹지병원 건물이 국내 법인에 매각된 점도 영리병원 개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이다.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리병원 불가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녹지병원은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지난 1월 대법원 확정 판결)했다. 만약 내국인 제한 개설 허가가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이 나올 경우 도민은 물론 국민이 원하지 않는 영리병원 설립이 현실화하게 된다. 제주 영리병원의 수도권 등지로의 확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져 미국 등지처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폭등해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오는 1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영리병원 요건 미충족에 따른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뿐 아니라 전국의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을 망라한 협력 체제를 통해 더 설득력 있는 영리병원 불가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