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회수동 인근 주택에 겹벚꽃이 피어 있다. 이서희 기자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사진 찍으러 왔어요?”

햇볕이 쨍쨍한 오후 시간 찾은 서귀포시의 작은 마을 회수동.
마을 입구 공터에 차를 대고 내리니 멀찍이 위치한 돌담 앞 간이 의자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 말을 건넸다.

‘옷차림이 튀어 이방인인 것이 티가 났나’ 생각하며 멋쩍게 웃고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곳은 몇해 전 부터 ‘겹벚꽃 명소’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겹벚꽃은 여러겹의 꽃송이가 겹쳐 그 모습이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일반 벚꽃보다는 10일에서 15일 가량 늦게 피기 시작한다.

연분홍빛으로 하늘을 채웠던 벚꽃이 떨어지고 나무들이 초록색 나뭇잎으로 갈아입은 지금, 일반 벚꽃 보다는 늦게 또 더 오래 볼 수 있는 겹벚꽃.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제주관광 공식 사이트 ‘비짓제주’ 등에는 제주의 겹벚꽃 명소로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감사공묘역’이나 오라CC 입구 등을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 회수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겹벚꽃 명소였다.

최근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이곳이 공공연하게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회수삼거리 버스 정류장을 기준으로 삼아 마을 안 길로 들어서니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달린 겹벚꽃잎들이 가득했다.

곳곳에 초록잎이 겹벚꽃의 분홍빛을 더 빛나게 했다.

걸음을 옮겨 더 안 쪽으로 들어가니 주택과 겹벚꽃 나무가 돌담을 사이에 두고 어우러진 동화 속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전날 내린 비로 꽃잎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었지만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겹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과 도민들은 마을 곳곳에서 이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방인들이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데도 마을 주민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한 어르신은 “제작년부터인가 봄만 되면 사람들이 마을로 모여든다”며 “벚꽃 때문이라는데 다들 어떻게 알고 오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봄만 되면 꽃에 홀려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봄에만 볼 수 있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게 하나의 낙이 됐다.

겹벚꽃은 앞으로 일주일 내로 질 것으로 예상돼 겹벚꽃이 만개한 회수동을 찾지 못 한 사람들은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5월까지 혹은 1년 내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사진 명소’가 있으니 좌절하지 말자.

■갯무꽃밭
제주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무꽃은 연한 자주빛으로 4월부터 5월까지 핀다. 제주 사람들은 갯무꽃밭 사진 명소로 서귀포시 동쪽에 있는 성읍리와 수산리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보랏빛이 살짝 감도는 하얀 갯무꽃밭 뒤로 들어선 풍력발전기와 배 모양의 건물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가 질 때쯤 빛이 얼굴에 잘 들어오는 위치에 서서 갯무꽃으로 꽉 찬 대지와 푸른 제주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최고의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는 최고의 사진 명소로 꼽힌다.

이미 유명한 갯무꽃밭은 입장료가 있으니 사전에 알아보고 가야한다.

또 갯무꽃밭에서 사진을 찍은 뒤 옷에 꽃가루가 잔뜩 묻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에 입장료를 받는 곳에서는 물티슈 등을 나눠준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물티슈나 닦아낼 수건 등을 챙겨야 한다.
위치=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일대.

■송당 무끈모루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인근의 ‘송당 무끈모루’로 알려진 사진 명소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생길 정도다.

과거에 웨딩 촬영을 하는 사진 작가들만 알음알음 알던 장소이나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최근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20~30분 기다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당초 웨딩 촬영 명소였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비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예비신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변에 아부오름과 안돌오름을 비롯해 각종 카페와 맛집 들이 모여있어 오름이나 카페에 들렸다가 들려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