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칠레 산호세 광산 광부 구조 작업을 위해 지상에서 지하 7백 미터로 들어간 사나이가 있었다. 한번 붕괴가 일어난 지하터널로 자원해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마누엘 곤잘레스이다. 그는 매몰된 33인의 광부들을 구출하기위해 23시간을 갱 속에 머물러야 했다. 광부 33인을 모두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갱 속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그는 광부들이 69일간 머물며 매만지던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광산 경력 20년인 곤잘레스 씨는 T.V에서 산호세 광산 매몰소식을 보자마자 직접 구조에 참가하고 싶어 자원했다. 개인적으로 광부들 중 그가 좋아하는 축구선수출신(프랭클린 로보스)이 있어 더욱 동기부여를 했었다고 했다. 13일 새벽 0시 11분, 전 세계 33개국에서 온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길이 약 4.5미터, 지름 55센티에 칠레 국기를 상징하는 백-적-청색의 불사조란 이름이 붙여진 "피닉스 2호"의 철제 캡슐이 열리면서 감동의 파노라마는 울려 퍼졌다. 33인의 광부 중 첫 번째 구조 캡슐에서 내린 플로렌시오 아바레스 씨가 지상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와 어린 아들, 구조현장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던 칠레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넬라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을 나눌 때 전지구촌 가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만큼은 이념도 종교도 인종간의 갈등도 빈부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지구촌의 눈은 칠레로 향해 있었고, 한 명 한 명 새로운 광부들이 올라올 때마다 감동의 물결 속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21세기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이 칠레 서북부 아카타마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산호세의 조그만 캠프에서 펼쳐졌다. 현장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칠레 전역에서는 신께 감사하는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8월 5일, 예기치 않았던 돌발사고로 매몰 된지 장장 69일간 벌어진 "희망과 절망의 사투"가 희망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칠레 국가를 부르자 모두들 따라 불렀고, 곡과 가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두 번째 캡슐에서 나온 사나이는 모인 관중들 앞에서 3-3-7 박수까지 이끌어 내며 "치치칠 렐렐레, 미네로스 데 칠레(칠레 칠레 칠레의 광부들)"란 축구응원구호를 외쳐 지구촌 가족들을 즐겁게 했다. 그동안 "아이티 대지진" "파키스탄 대홍수" "멕시코 만 원유유출사건" "천암함 폭침사건과 종북좌파시민단체의 유엔본부에 모략의 팩스 보내기 사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집단의 왕조세습"등으로 잔뜩 우울해 있던 지구촌 가족에게 이번 광부 구출 사건은 너무나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사실 매몰 된지 17일째 지하와 지상이 서로 교신에 성공했을 때도 이번 작전이 성공리에 막을 내리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막 매몰되고 고립되었을 때 공황상태에 빠진 그들 간에 다소 불협화음과 몸싸움도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 되지 않는 음식과 물을 나눠먹으며 지하 7백 미터의 암흑 속에서 69일을 버텨내었다. 리더를 중심으로 한 그들 간의 양보와 희생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미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느꼈겠지만 그들은 정말 낙천적이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도 보여주듯이 낙천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 위기에서 살아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완벽에 가까운 구조작전도 크게 한몫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가족을 비롯해 전지구촌 가족들이 보여준 따뜻한 관심도 구조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버틸 수 있도록 이끌어준 신앙도 크게 한몫했음은 물론이리라. 이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번 구출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광란의 대지옥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당장 좌파시민단체들은 얼씨구나 쾌재를 불렀을 것이고, 시위전문가들이 나타나 그 유명한 "눈물의 삭발식"을 거행했을 것이다. 야당인사들 역시 현장에 나타나 악수 하고 사진 찍고 눈물 짜며 정부를 성토했을 것이다. 촛불시위대라고 이런 절호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정권타도를 외쳤을 것이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들의 너무나 작의적인 눈물 쇼와 악다구니를 우리나라에서 보지 않은 것은 신의 축복이다. 구조대원 곤잘레스는 말했다. "나는 그저 위대한 팀의 일부였으며, 이어진 사슬 중 한 고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