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에게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교육감 선거 과정부터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전국의 상당 수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정치적 중립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거를 지향하고 있다. 정당 소속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선거공약 등을 보고 평소 보수·진보 성향의 후보임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서로 보수도, 진보도 아님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도 교육감 이석문 후보와 김광수 후보의 성향은 각각 진보와 보수 성향으로 나뉜다. 이 후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 출신이고, 김 후보는 4년 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고창근 예비후보와 보수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올라 왔다. 각자 보수 후보, 진보 후보 임을 부인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유치원서부터 초·중·고교까지 교육의 책임을 진 제주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다. 학생들에 대한 민주주의 참교육과 공명정대한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장 교육적인 선거를 치러야 할 후보들이 상대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놓고 비방전을 벌이는 것이야 말로 비교육적이다. 어떤 정치적 성향을 지니든 그것을 직접 교육에 접목시키는 것은 편파적 또는 이념교육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석문 선거 캠프는 지난 20일 김광수 후보를 향해 “전국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연대에 참석한 것은 스스로 편견의 보수 교육감 후보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선거캠프는 “전교조 활동을 기반으로 교육의원과 교육감을 지낸 후보가 편견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아쳤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교육현장이 정치색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교육이 진보·보수로 편 가르기를 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 뿐이다. 두 후보 중 누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정치적 이념에 치우친 교육을 해선 안 된다. 이 후보는 더 이상 전교조 교사에 대한 인사특혜를 중단해야 하고, 김 후보는 자신의 다짐대로 어떤 이념도 들어가지 않은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