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을 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지역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정책경쟁 선거에 매달려도 부족할 선거판이 여야의 공방전으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가 “제주도가 전라도화됐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부 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제주도가 전라도화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느냐”는 질문 형태의 말로 ‘제주, 전라도화’ 발언을 했다. 또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라고 했다.

　물론 부 후보 자신은 주변의 말을 인용하는 형태로 언급했지만, 그대로 믿고 안 믿고는 듣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는 이미 과거 영호남 간 팽배했던 지역감정 사례가 잘 말해 준다.

　그동안 제주지역 선거 토론회에서 “제주 호남화” 등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말을 한 후보는 없었다. 실제로 호남 출신이 제주에 많이 거주하고 있고, 그들이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공식적으로 지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부 후보의 이번 ‘제주 전라남남도’ 등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지난 22일 “제주의 호남화라는 표현은 그간의 선거와 특히 대선에서 증명된 국민정서와 괴리된 제주의 ‘묻지마’투표문화에 대한 지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부 후보의 충심어린 고언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까지 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미 한물간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도당이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의 대응이 사과가 아니라 부 후보의 발언을 합리화하고 있어 상호 공방전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양 당 모두 깊이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