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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제주 출신 고현주 사진가가 제주4·3을 다룬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 마지막 작업을 공개했다. 고현주는 사진집을 출간하며 4·3을 기억하는 지난 5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기억의 목소리가 ‘사물’과 ‘사람’을 통해 4·3에 대한 기억의 목소리를 살려냈다면, 이번 출간된 기억의 목소리는 ‘풍경’이다.
4·3 학살의 현자에서 보자기 속 등을 밝히고 제를 올리며 참혹한 죽음들을 기억했다. 특히 목소리가 없는 영령들, 애도받지 못한 죽음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꽃들을 떠올렸다.
고현주는 성산일출봉, 표선해수욕장, 정방폭포, 다랑쉬오름 등 아름다운 제주의 대표 관광지가 제주4·3 학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풍경의 찬란한 아름다움 속에 숨은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며 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장소를 찾아다녔다.
학살터 중 한 곳인 성산일출봉 입구 터진목 해변이 대표적이다. 집단 총살이 일어난 밤바다 바닷물은 피로 물들었다. 쓰러진 몸들은 밤새 밀물과 썰물에 쓸려 다니다 사라졌다.
작가는 학살의 현장에 등 밝힌 보따리들을 죽은 사람 수 만큼 일일이 헤아려 덩그러니 놓고 제를 올렸다.
이병희 평론가는 이 현장을 “산자의 기억과 죽은 자의 영이 함께 머무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시간은 어둠이 교차하는 어스름한 새벽이다. 낮과 밤의 경계로 삶과 죽음의 경계이기도 하다. 빛의 보따리들을 통해 죽은 영혼을 위무하고자 한 행위지만, 작가는 스스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작가는 “74년을 지난 이 아름다운 공간들 속에는 참혹한 죽음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서글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기억의 목소리’는 제주도의 지원을 통해 디웍스에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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