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고(故) 현봉집씨 등 제주4·3 일반재판 수형인 14명에 대한 특별재심 사건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제주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제주4·3 일반재판 수형인 고(故) 현봉집 씨 등 14명에 대한 재심 선고가 이뤄지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법정에 앉은 고령의 유족들은 눈물을 훔쳤고 일부는 흐느끼기도 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를 받은 수형인 14명은 지난 1948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 내란죄 등으로 최대 무기징역형을 받아 대전 등 육지 형무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전쟁을 거치며 행방불명돼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에 대한 직권 재심과 함께 일반재판 수형인 1562명에 대해서도 ‘특별재심’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같은해 11월 유족 측은 특별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제주지법은 올 3월 유족들이 청구한 특별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나 검찰이 즉시 항고하면서 절차가 미뤄졌다. 검찰이 항고에 나선 배경은 법리 오해였다.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이후 재항고 기간이 지나면서 재심 개시 결정 3개월 만에 공판이 열리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검찰은 최종 진술에서 “70여 년 간 계속된 유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도 “약 70년 동안 갇혀왔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바란다. 이제는 평온해지셨으면 좋겠다”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선고를 마쳤다.

한편 법정에 나온 고 고한수씨의 딸 고춘자(80)씨는 “농사짓던 아버지가 아무런 죄 없이 잡혀가 가슴 속에 응어리가 남았는데 오늘 무죄 판결을 들으니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린다”며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