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마라도에서 발견된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까마귀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까지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향후 이 조류의 서식지가 국내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한국조류보호협회와 마라도 철새 합동조사를 진행하던 중 ‘큰부리바람까마귀’(학명 Dicrurus annectans) 1마리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마라도는 다양한 해양 생물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된 곳이다. 

연구진은 이 새가 마라도 내 소나무 숲에서 먹이인 풍뎅이 등을 사냥하는 걸 발견했다.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개체 인식용 가락지를 부착하고 곧바로 방사했다.

몸 길이가 27~29㎝인 큰부리바람까마귀는 바람까마귀과에 속하는 종으로,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검은바람까마귀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종에 비해 부리가 크고, 푸른색 광택의 깃털을 가진 게 특징이다. 태국·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 서남부에만 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다.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미기록종인 만큼 정식 명칭이 없어 큰부리바람까마귀라는 가칭을 붙였다.

이번 발견으로 마라도는 이 종이 서식하는 분포권에서 북동쪽으로 가장 멀리 위치한 곳으로 기록됐다. 

다만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큰부리바람까마귀 1마리가 본래 서식지인 동남아를 벗어나 마라도까지 온 ‘길 잃은 새’(미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어 연구진은 분포권 확대 여부 등을 고려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