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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좋고 공기 좋고 물 좋은 제주도, 육지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섬이란 걸 다 안다. 그러나 한 가지 모자란 게 있다. 바로 열악한 의료시설이다. 건강상태가 좋지않는 웬만한 도민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있는 큰 병원을 오간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진료비 외에도 항공료 수도권 교통료, 호텔 등에 지출하는 경비가 무려 연간 1조 원을 넘는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얼마전 지인의 부인이 돌아가셔서 조문한 바 있다. 그런데 상주는 나를 보자마자 언론을 통해 제주도 큰 병원을 거세게 비판해달라고 사정했다. 10개월 전 아내가 제주도 큰 병원에서 종합검강검진을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게다. 그러려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췌장암으로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상주는 애초부터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이런 허망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을 책망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에서는 과연 양질의 의료진료가 불가능한 것일까.
경찰청과 모 언론단체가 운영하는 청룡봉사상 인(仁)상을 수상한 윤주홍(88세)씨는 ‘서울 봉천동 슈바이처’로 불린다. 그는 1973년 당시 판자촌이었던 봉천동에서 ‘윤주홍 의원’을 연 뒤, 지난 2019년까지 46년간 환자들을 돌봤다. 그는 진료비에 연연하지 않았다. 평생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의 주치의로 살았다. 가난한 주민들을 생각해 진료비는 다른 지역의 절반 수준만 받았고, ‘돈이 없다’는 사람들에겐 무료 진료해줬다. 진료 결과 좋지않은 일부 환자에겐 큰 병원 진료를 손수 알아보기도 했다.
윤씨는 수십 년 전 한 청년이 주문하지도 않은 자장면 한 그릇을 철가방에 담아 가져왔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 청년은 ‘선생님, 저를 기억하시나요? 어렸을 때 갑자기 밤에 배가 아파 선생님 병원으로 왔던 아이입니다’라고 했다. 수년 전 인근 보육원에서 교사가 밤중에 맹장염을 앓는 아이를 데려왔는데 당시 윤씨가 돈을 받지 않고 수술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서울의 한 중국집에 취직한 후 윤씨를 찾아온 것이다. 윤씨는 ‘그야말로 눈물 젖은 자장면이었죠’라고 했다.
윤씨는 매년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섬마을을 찾아 왕진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매년 사비로 안면도 일대의 산간벽지를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그의 섬마을 왕진은 40년간 이어졌다.
1994년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장학회를 만들기도 했다. 윤씨 역시 돈을 내 3억여 원의 기금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장학회는 지금까지 20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윤씨는 작년 11월 고려대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 1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삶을 섭렵하면서 필자도 다시 태어난다면 그의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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