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뱃머리 주먹밥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09.18  17:00:0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내가 태어난 우리 고장은 섬이라는 독특한 삶의 터전인지라 내가 어렸을 때는 물도 지금보다 귀하고, 먹거리도 너무 어려웠다.

 일 년에 이모작이라 하면 이모작이 되는 그리고 채소 등도 다 텃밭에서 가꾸어 먹었다.


 여기서 말하는 이모작은 보리와 고구마이다. 보리를 베고 나면 6월 초·중순에 고구마 순을 밭에 심어서 가을에 추수하는 것이다. 주식이 보리밥과 그리고 고구마였기에.

 그때는 학교에서도 농번기 방학이라고 해서 보리 베기를 할 때, 고구마를 캘 때 등은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님의 일손을 돕곤 했었다.

 그리고 동네에서 큰 목선으로 만들어진 발동선은 웃녁이라고 연평도 또는 흑산도 지역 등으로 조기잡이를 위해 약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어장을 하러 떠나고, 동네의 작은 배들은 즉, 노를 젓는 풍선들은 근해어장을 하여 우럭, 삼치 등을 잡아 생활에 보탬을 주기도 했다.

 어른들은 풍선을 타고 가서, 미리 준비한 닻을 내려서 물밑의 다시마를 끌어서 걸리게 하여 채취해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그날 역시 온 동네가 시끌벅적한 잔칫날과 같았다.

 연평도 또는 흑산도 지역 등으로 조기잡이를 떠난 배들은 10t에서 20t 정도의 배로 내 생각으로는 그때 당시의 배로 보면 큰 배라 생각이 든다. 60년 전에.

 그 배들이 들어올 때는 모든 배가 만선의 깃발인 오색 찬란한 깃발을 배에 달고 들어오기에 멀리서 보아도 훤히 알 수 있어 금방 소문으로 안내가 된다.

 이 배들이 들어오기만을 동네의 모든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에.

 이 배들이 들어오면 예나 지금이나 그랬듯이 미리 배에서 만들어서 온, 귀한 쌀밥으로 주먹밥에 어떤 것에는 비닐로 싼 종이돈도 들어있고, 어떤 것에는 쇠돈도 넣어 주먹밥을 만든 것도 있어, 이 주먹밥을 동네 어린이들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주기 때문이다.

 정말 뱃머리 앞에는 인산인해의 사람들이 그 주먹밥을 받기 위해 모임을 하고, 나도 그중에 한사람이 되어 주먹밥을 받아먹곤 했었다.

 배에서 만들어서 주는 주먹밥이 다 없어지기 전에 받아야 하므로 이 광경이 뱃머리마다 계속 연출되었다.

 이 장관의 장면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잊지 못할 고향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때 쌀밥 주먹밥 속에 돈이 들어있는 것을 받았을 때는 너무너무 좋아 횡재라는 단어를 감히 쓸 정도로 기분이 좋았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세월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어 그 추억이 아련하다.

 그 가난한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는 아니 되겠지만, 그때, 그 순수한 사람들의 순수함이 만연한 평화가 있는 작은 섬마을의 정서에서 내 고향 ‘추자도’의 옛날이 지금 다소곳이 그리울 따름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10월 24일  |  대표이사:전아람  |   발행인:전아람
편집인:전아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아람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