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여름 폭염에 이은 가을 태풍으로 제주도내 마늘농가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18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도내 마늘 최대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의 마늘 농가 4분의 1 정도만 파종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의 농가에서 파종이 지연되고 있는데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 파종이 미뤄진 뒤 최근 태풍에 비 날씨까지 겹쳐 파종이 더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말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마늘 고온 피해 예방을 위해 파종 시기를 평년보다 10일 정도 늦출 것을 당부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가을철 평균기온 상승으로 파종을 평년보다 10일 정도 늦춰야 적정 생육이 이뤄진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마늘 파종 이후 가을철 고온으로 마늘이 말라죽거나 생육이 불량해지는 등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을 중심으로 약 450㏊에서 피해가 발생한 점도 파종 시기를 늦춰야할 이유로 꼽혔다.

이와 같이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마늘 파종이 지연된 가운데 파종이 마무리돼야 할 9월 중반에는 태풍과 비 날씨가 겹치면서 파종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예년이면 이미 파종이 100% 끝나 밭에서 싹이 돋아나는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올해는 잇따른 태풍 북상으로 인한 비 날씨로 땅에 수분이 많아 마늘 파종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대정읍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A씨는 “제14호 태풍 ‘난마돌’ 북상으로 19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는 데 태풍이 지나간 뒤 땅이 마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영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늘 농가들은 늦어진 파종으로 수확량이 줄고 상품성도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