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청원법은 국민이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청원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서면청원의 불편함 때문에 저조했던 이용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제주도가 오는 11월부터 신설해 운영하는 ‘온라인 도민청원실’ 역시 바뀐 청원법에 의한 것으로 누구든지 제주도정 등에 대해 의견과 주장을 밝힐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가식적이고 불합리한 청원제도는 권위적이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오영훈 도정은 ‘제주도민 청원 도지사가 직접 챙기겠다’면서도 ‘1500명 이상 동의하는 경우에만 도지사(또는 실·국장)가 직접 답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 마저 실·국장이 도지사를 대신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결국 오 지사가 직접 도민청원에 대해 답변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인구가 적은 제주도 단위에서 1개의 청원에 1500명 이상 동의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지사 답변 대상 청원 동의를 1000명 이내로 축소하고, 직접 답변자도 도지사로 못박아야 한다. 청원제도의 목적이 도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것이고, 도민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청원 동의 인원을 대폭 낮추고 오 지사가 직접 답변에 나서야 한다.

 오 도정의 의도대로 생생한 도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면 권위적인 도민청원실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수십·수백명에 불과한 청원 동의라도 오 지사가 직접 답변에 나서야 도민들의 실질적인 청원권이 보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