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농업은 농업인의 소득과 환경을 보전하는 두 가지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농경지가 관광 목적과 2차산업 시설로 계속 잠식될 경우 3만 여 농가 농업인의 상당수가 생계수단을 잃게 되고 환경 훼손의 속도도 더 빨라지게 될 것이다.

 오영훈 지사가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2020년 기준 10.9%인 도내 1차산업의 비중을 8%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이 농업인들의 격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전국 평균 1차 산업의 비중이 3% 내외인 점을 근거로 1차산업 비중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식량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근시안적 안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의 1차산업 비중이 높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어서 이미 수립된 정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농업인의 입장과 제주의 가치에 반(反)하는 우려할 발언인 것은 분명하다. 급기야 지난 13일 제주도청 현관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해 밤샘 농성을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농업인들은 17일(오늘) 오전 오 지사와 공식 면담을 갖기로 합의한 후 농성을 풀었다.

 제주의 농업은 주로 감귤과 채소류 등 특용작물이어서 과잉생산으로 처리난을 겪는 쌀 농업과는 다르다. 국내 소비는 물론 해외 수출 확대도 가능한 작물들이다. 단순히 쌀 농사를 기준으로 제주의 농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오 지사의 인식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농업은 식량안보산업이다. 농업 인구와 농경지 감소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 오 지사는 미래 확실한 산업인 농업의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한 경솔과 무책임에 대해 농업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오히려 ‘스마트팜’ 등 신농법의 도입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전통적인 농업에 인공지능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농업 활성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