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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가는 길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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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19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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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려오는 파도가 갯바위와 부딪치며 여운을 남긴다. 남겨진 하얀 거품은 아무렇지 않게 해안을 맴돌다 사라진다. 이렇게 반복된 그들의 만남은 파도와 바위다.

 이런 생활은 태초부터 있었을 것이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서로 다독거리며 지금껏 이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바다를 보면서 나는 무한한 연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살아가면서 환경의 둘레 속에 있는 무수한 생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지치면 쉬었다가 그리고 다시 먹이를 만들어 그의 식솔들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파도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나는 어릴 때부터 보면서 지금껏 자라왔다.

 바다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육지의 나무들을 한번 보라. 그들의 형제들 역시 무수히 많다. 어떤 것은 한겨울에 옷을 입고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열이 많아서 인지 다 벗고 있다. 그러나 봄부터 가을까지 모두는 몸치장을 잘 해 나간다. 그렇게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반복하며, 살아감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느낀다. 사람도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다. 봄이면 봄에 맞게, 여름이면 여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겨울이면 겨울에 걸맞은 옷을 입고, 냉·난방을 견디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삶이라는 그 현장은 움직이나, 고정되어 사나, 나는 같다고 본다. 그들도 다 피부로 계절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 뚝 하며 떨어져, 나를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내 머리 위에 있는 먼나무에서의 노크다. 먼나무 낙엽이 나를 살포시 건드린 것이다. 그의 몸을 내 던지어 낙엽은 가을에만 떨어지는 게 아님을 느낀다. 먼나무는 이 계절에 나뭇잎이 제일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는 알면서 맞아도 기분이 좋다. 새로운 맛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에 그냥 그대로 싫지는 않다.

 이렇게 떨어지는 낙엽과 눈을 맞춘다.

 낙엽만 세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 만개한 철쭉꽃도 꽃을 싸고 있는 겉 포장을 주변으로 내 던지며, 꽃을 피우는 것을 볼 때 산모의 고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영산홍 꽃봉오리도 피려고 싸고 있는 겉 포장을 하늘 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과정을 나는 지금 여기에서 보고 있다. 그 옆에는 꽃이 피어 있는 것도 있고 이미 널브러져 있는 고통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있다. 이렇게 꽃도 그 고통을 감내한 후 우리에게 자기의 멋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병들어 떨어지는 낙엽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인간처럼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병마와 싸우게 됨을 우리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도 그렇게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 곁을 떠난다.

 있을 때와 스쳐 가듯 떠나가는 그들에서 나는 언제나 똑같은 측은함이 앞선다.

 나무 등을 전정할 때도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하여 머뭇거릴 때도 있다. 젊음의 연장과 그들의 미를 위해 전정을 하는데 가지를 끊음에 그 가지의 생명 중시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전정 후엔 그 나무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 또한 받기도 한다.

 이 낙엽이 지금은 가고 있지만, 또 다른 봄에는 싹으로 다시 돌아와 제자리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 다시 그들을 보면서 태어남의 기쁨을 많이 환영하리다. 이렇게 낙엽은 지구의 모든 생물체가 기약 없이 가듯 그렇게 자기의 길을 앞으로도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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