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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쫄 병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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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30  16: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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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어떻게 커갈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내가 어른이 되어 몇㎝의 키로, 그리고 몸무게는…. 신발의 문수는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그 길을 걸어와 지금 어른이 되어 정착되어 있다.

 이렇게 세월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와 가까이 있었으며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삶에 동반자로서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평생 손잡고 가야 한다. 나는 오늘날까지 살아오면서 그 일상 중에 많이 생각나는 게 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쫄 병이라는 인생 경험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코 훌쩍거리며 입학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의 앞으로나란히 하는 구령으로 “앞으로나란히”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남학생 여학생 구분도 잘 안 되어 있던 시절 같은 느낌으로 초등학교의 시절을 보내며, 우리는 성장할 수 있었다. 바다가 우리의 풀장이었던 섬나라에서 우리는 깨 벗고 헤엄도 치고 하면서 여름을 보냈던 추억 또한 생생하다. 그 초등 쫄 병 시절에는 그저 어른들의 심부름도 하고, 선배님들의 부름으로 나가서 해가 저녁이 다 되도록 동네에서 놀다가 저녁 늦게 들어가 밥 먹는 밥상에서 “밥때가 되면 빨리 와야지!~” 하며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나는 많이 놀았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은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사면이 바다로 잘못되면 어떨까 해서 말이다. 실제로 어린아이들이 바다에 빠져서 익사하는 사고가 이따금 일어나기도 해서, 섬마을의 고민은 깊어만 갔으나 어떻게 조치할 방법을 잘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라서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나와 벗들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올라가니 6학년 선임자에서 또 쫄 병으로 강등을 당한 것 같다. 이렇게 중학교는 덩치 큰 형들의 그늘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음을 나는 지금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종선이라는 배로 날마다 학교를 통학했다. 그때 당시 추자도의 실정.

 M 포구에 내린 우리 일행은 나의 제의로 “저 산만 넘으면 학교로 바로 내려간다”라고 내가 말을 해 그렇게 간다.

 나도 한 번도 안 가보았는데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상상으로.

 선배님들은 그 말대로 통학 학생 전부, 약 200명이 넘는 학생이 산을 넘는다. 이건 아니었다. 너무 멀어 학교수업에 차질이 생겨, 선생님들이 우리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이 황당한 사건은 지금 내 머리에 훤하다. 중학교 1학년인 쫄 병이 말이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나도 정말 담대했구나 하며 혼자 미소를 짓곤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를 꾸짖지 않고 너 정말 대단하다고 말을 해주어 안도의 한숨을 쉰 것 같다.

 다시 고등학교에 가니 또 쫄 병이다.

 군대 용어지만 이 쫄 병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쓰는 것이다. 이 쫄 병의 의미는 내게는 새로움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서이다.

 대학에 들어가니 다시 쫄 병이다. 4학년 형들은 높은 태산처럼 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다시 군대의 쫄 병에서 어엿한 사회로의 쫄 병으로 전환.

 그 후 나는 발령을 받아 교직에 쫄 병으로 몸담게 되었고,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정년 후 몇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정년 후 쫄 병이라 생각하니 한껏 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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