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 바다나 아열대바다에 사는 경산호인 빛단풍돌산호(아래쪽)가 제주 대표종 중 하나인 둥근컵산호의 군체를 덮은 모습. 녹색연합 제공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서귀포 남부 해역 일대에서 열대·아열대 산호 서식지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을 위협하고 있다. 또 해조류 생장까지 방해하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제주 바다 산호 서식지를 모니터링 한 결과 서귀포 남부 해역인 섶섬과 문섬, 범섬 일대에 열대·아열대 경산호인 ‘빛단풍돌산호’의 서식지가 최근까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빛단풍돌산호는 수심 10m 전후 구간에서 제주 바다의 대표적인 갈조류인 감태의 뿌리를 덮어버렸다. 또 수심 20m 전후 구간에서는 다른 산호를 석회질의 군체로 덮어버리면서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독특하고 희귀한 온대 연산호 생태계가 빛단풍돌산호 등 열대·아열대 산호 생태계로 바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귀포 남부 해역과 형제섬 일대의 송악산 해역은 2004년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으로 지정됐다.

과거 이 일대에서는 열대·아열대 산호 서식지는 일부만 형성돼 있었고 온대 연산호 서식지가 풍부하게 관찰됐다.

그러나 올해 조사 결과 열대·아열대 산호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게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열대·아열대 산호가 서식지를 넓히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서귀포 가파도 해역 평균수온은 2018년 24.9도에서 올해 28.1도로 올랐다.

올 8월에는 서귀포시와 마라도 표층수온이 30도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은 “제주 남부 해역에서 경산호와 연산호 서식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제주 바다의 독특한 연산호 생태계가 열대·아열대 바다 경산호 생태계로 바뀔 것으로 예측되기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