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법 제4조 3항은 ‘국가는 국세의 세목(稅目)을 이양하거나 제주자치도에서 징수되는 국세를 이양하는 등 행정적·재정적 우대 방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국세 이양은 2006년 제주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17년째인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쯤되면 국가가 제주도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 제주특별법에 국세 이양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해 놓고도 지키지 않으면서 법치국가의 정부와 국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는 올해도 제주특별법 제7단계 제도개선안에 국세 이양을 제외시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수정 의결하면서 국세의 제주도 이양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 심의과정에서부터 제외됐지만, 왜 제정한 법을 반드시 이행토록 해야 할 국회가 이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 해마다 행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더욱이 국회 행안위에는 제주지역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갑)이 소속돼 있다.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1년 이상 끌어온 7단계 제도개선안의 지연 처리도 문제지만, 제주도의 숙원인 국세의 제주 이양을 관철시키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송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 데도 이런 결과가 니왔는지 의문이다.
물론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국세의 제주 이양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법률(제주특별볍) 위반 또는 경시 태도가 큰 문제다. 사실상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이 어려운 것도 정부가 국세를 이양할 책임과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국세의 이양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제주특별법의 규정을 이행해 한다. 국세 세목 일괄 이양이 어렵다면 먼저 제주지역에서 징수되는 국세만이라도 제주도에 넘겨줘야 한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