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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의 섬 제주’ 지정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했다. 2005년 1월2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지정된 세계평화의 섬은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27일 세계평화의 섬 선포 18주년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평화교류 중심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말했지만 확대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최하는 의례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전부일 정도로 제한적이다. 사실상 ‘제주포럼’ 하나가 세계평화의 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평화를 논의하는 장이 돼야 할 포럼이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제주평화포럼을 제주포럼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당초 취지대로 세계평화 문제만 다루는 평화 전문 포럼이었다면 지금쯤 세계적인 평화포럼으로 우뚝섰을 것이다. 경제전문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대표적인 세계 경제포럼으로 자리를 잡은 사례는 이를 잘 말해 준다. 사실상 세계평화의 섬이 빛을 잃은 데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평화포럼이 경제·사회·문화 등을 망라한 백화점식 포럼으로 확대된 점이 상승 작용을 했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제주포럼을 본래 취지대로 세계평화 전문 포럼으로 바꿔야 한다. 남북한 평화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를 넘어 전 세계평화 문제를 논의하는 포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제주평화포럼이 명실공히 세계평화포럼으로 나갔다면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평화포럼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따라서 오 지사가 메시지에서 밝힌 “제주가 글로벌 평화·통상·교류 거점으로 도약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한 말은 수정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통해 새로운 평화산업이 제주에서 싹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평화포럼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것 저것 섞은 잡탕식 포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세계평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제주평화포럼이 되도록 과감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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