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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펼쳐진 근래의 갈등은 기초자치단체폐지·도농(都農)격차·선거·세대·불평등·일터 갈등 등 다층적이며 복선적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쓰레기 매립장과 하수처리장 건설,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관련 갈등 외에도 강정해군기지와 제2공항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 따라 갈등전선이 제주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갈등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갈등의 특징은 앞선 사건으로 한 번 커진 뒤 그것이 줄지 않고 서로에 대한 감정, 증오를 쌓아두고 있다가 다음 사건으로 불씨가 당겨지면 또 폭발해서 계속 누적되는 악순환을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항상 공존하는 두 극단이 존재한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어야 되고,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고, 오른쪽이 존재하기 위해서 왼쪽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어느 사회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찬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이를 낳게 하는 원인과 조건이 다를 뿐이다.
갈등을 필연적인 사회적 산물로 인식하되 이를 방치할 경우 다양한 사회문제와 더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하려는 갈등관리가 필요하다.
필자가 지난 10여 년 전 공공갈등 해소를 위해 사회협약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체험한 바에 따르면, 제주도의 공공정책 추진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일방적 추진방식(DAD, 결정/발표/방어)이어서 갈등 예방보다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사후 갈등관리에 머물렀다.
제주시민사회는 지난 30여 년 간 워치도그(Watchdog) 역할을 해 왔음은 모두 아는 바이나, 과연 시민사회 생태계 전체의 총체적 역량이 시민주도의 공공 문제 해결까지 이르렀는지의 여부는 다소 의문이 든다.
갈등은 인지적이고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각종 개발 대상지역 주민들의 저항과 반발을 ‘님비’라는 이름의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갈등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라의 고승 원효의 통섭사상에 나타난 불이(不二)와 화쟁(和諍)은 서로에게 열려[通] 서로를 수용하고 지지하며 껴안는 것[攝]이다.
열공학의 엔트로피 법칙(Entropy-Law)에 의하면 온도차이가 있는 두 개의 공간을 서로 연결해 놓으면 뜨거운 분자와 차가운 분자가 뒤섞여 점차적으로 양쪽의 온도 질서가 무너지고 온도차가 사라져 균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솔루션을 인지하여 중앙정부는 제주도에 대하여, 개발 반대 측은 개발 찬성 측에 대하여 낮은 자세로 나아갈 때 다툼을 넘어 싸움을 그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정서적인 소통과 공감을 통해 공공정책의 주체는 정책 수요자의 동의, 즉 해당 주민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기반으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빨리 가기 위해 느리게 가라(go slow to go fast)’는 갈등관리의 오래된 경구처럼, 잘 설계된 공론화 프로세스의 도입은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의 사전 예방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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