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의 김복희(45)씨는 5년 전 제주에 건너와 비가림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으로, 수확 직전의 비가림 감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주신문

[제주신문=전아람 기자] 제주에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여성농부가 있다. 북한이탈주민 김복희(45세)씨는 평안남도 남포, 복숭아 과수원에 둘러싸인 집에서 살다가 지난 1999년 홀로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일하다 제주남자를 만나 5년 전 제주로 건너 온 김 씨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에 위치한 ‘복희네 농장’을 일구는 제주의 농부다.

 동상에 걸린줄도 모르고 포복자세로 생사의 압록강을 건넜다는 김 씨. 제주의 자연환경이 아름답다는 소문만 익히 듣다가 제주출신 남편과 결혼하며 자신의 고향집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었다고.

 김 씨에게 제주생활이 어땠는지를 묻자 “감귤농사를 짓느라 정작 제주를 즐길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다”며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고 지난 5년의 제주살이를 추억했다.

 제주신문과 만나기 며칠전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처음 머리스타일을 바꿔봤다며 김 씨는 수줍게 웃었다.

 김 씨는 감귤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밤낮없이 농사를 배우는데 몰두했다고 전했다. 오랜 농업경력의 동네 어르신들의 가르침 아래 지금의 복희네 농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롯이 농사에만 집중해왔다는 김 씨는 “감귤농사는 정말 힘들고 힘들더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근면성실’의 아이콘으로도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동네 어르신들의 일손을 도우며 그분들이 어떻게 감귤농사를 짓고 있나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비가림 감귤 농장 내부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침에 농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음악을 틀어 식물들에게 들려준다며 “과학적으로도 판명이 됐다. 사람들이 ‘귤나무가 호강하고 있다고 한다’”며 주변반응을 전했다.

 이같은 노력이 통해서였을까. 김 씨 농장의 비가림 감귤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평균 이상의 당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쟁 고당도 과일과의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대해 김 씨는 “아직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며 다양한 농법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명인수준의 감귤을 생산하려면 보다 안정된 복희네 농장만의 노하우를 마련, 이를 정착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24시간 265일 농사 생각밖에 안한다”며 가공제품, 체험농장까지 자신의 농장을 ‘6차산업’의 모범모델로 만들 확고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었다.

 기계보다는 본인의 맨손으로, 계절을 불문하고 농장을 오가며 매순간을 고당도 감귤만을 생산하기 위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 김 씨는 “올 봄에도 그냥 농장에서 살 것같다”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