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환경부

[제주신문=허영형·전아람기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다. 2019년 9월 환경부와 협의절차가 시작된 지 약 42개월 여 만이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법정 협의시한 만료일인 6일 오후 “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은 국토종합계획, 항공정책기본계획, 공항개발 종합계획,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등 상위·관련계획과의 부합성을 인정받았다.

 또 기존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두 차례 보완절차를 거치고도 숨골, 법종보호종 보호 등 4가지 사유에서 미흡하다는 판단으로 지난 2021년 반려됐지만, 환경부는 이번 협의과정에서 해당 문제들이 ‘적정하게’ 해소됐다고 봐 제2공항의 계획된 입지타당성을 인정했다.

 환경부가 이번 ‘조건부 협의’ 의견을 내면서 국토부에 내건 조건은 전문 검토기관의 세부의견을 향후 제주도와 진행하게 될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즉 개발기본계획 수립 이후 실시계획을 수립·승인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제주도와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에 들어가는데, 이 때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쟁점들을 실시계획과 사업승인 단계에서 검토하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당초 협의가 반려됐던 배경이 된 조류충돌 방지대책과 관련해 ‘조류 충돌 위험 관리 계획’의 사전 수립, 항공소음 영향 부분에서는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련 방안 수립이 조건으로 제시됐다.

 법정 보호종·숨골과 관련해서는 사업규모, 토지이용계획, 활주로 위치 등 다양한 측면의 대안검토와 ‘최적 대안’ 제시가 주문됐다. 특히 숨골과 관련해서는 지하수 함양량 감소 저감방안과 우수숨골의 지점별 보전방안도 요구했다.

 이처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가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로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사업 시행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지연된 국책사업을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해 사업 추진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사업 반대단체들은 사업 추진 저지를 위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핵심은 제주도민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다. 도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제주도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결과가 발표된 6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이행해야 하는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개최는 계획조차 없었으며, 제주도와 도민에게는 그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70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공항시설법 제3조와 제4조에는 ‘기본계획의 수립에 관하여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부터 도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날도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했지만, 제주 제2공항 건설 찬반 주민투표 실시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오 지사는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주도의 의견을 당장 마련해야할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지금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주민투표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은 현재로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평가가 우선돼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만으로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곧바로 정상 추진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계획 수립.고시, 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 절차가 추진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의 협의 및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주도정이 어떤 방식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약 546만㎡ 부지에 3.2km 활주로 1개와 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약 6조664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