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주4·3 사건 발생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정정해 4·3 희생자 유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행정안전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7일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은 4·3사건 관련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범위를 ‘희생자’에서 ‘희생자 및 유족’ 등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4·3 당시 제주에서는 군·경 토벌대에 의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뿔뿔이 해체됐고, 희생자 자녀가 친부모가 아닌 친척 호적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희생자 유족이어도 뒤틀린 호적 때문에 국가보상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기존 4·3특별법 시행령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범위를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사망일자 정정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뒤틀린 가족 관계를 바로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법을 고쳐야 한다는 4·3 관련 단체 등의 요구가 잇따랐다.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자 행안부는 이번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희생자의 실제 자녀이지만 희생자의 호적이 아닌 친척 등의 호적에 입적돼 희생자의 조카, 형제 등으로 지내왔던 사실상 자녀들이 희생자의 법적 자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행안부는 실무지침 마련, 담당 직원교육 등 준비 작업을 마친 후 오는 7월부터 제주지역 읍·면 사무소와 동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