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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날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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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9  16: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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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는 길은 세상의 길 중에 아주 갈래가 많다. 그러나 어느 길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그 많은 길 중에서 오로지 한 길만을 걸은 것 같다. 교직이 천직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공백기는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발령 전의 백수의 길이었다. 그 길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람은 누구든 간에 그 백수의 심정을 모른다. 남의 말만 들어서도 그 백수의 자리는 ‘너무 마음이 아픈 가난의 추억이 아니겠는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 가난은 심신, 이 두 가지를 모두 말하는 것이다.

 그런 그 젊음이 지금은 없다. 이제는 내 자식들이 커서 그 젊음의 길에 와 있으며 손주들이 자라나고 있어 인생길에서의 그 젊음의 한계는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진리를 나는 지금 깨닫고 있다. 그때는, 그리고 이렇게 빨리 지금의 자리가 올지 정말 몰랐었다.


 우리 어른들이 그 자리를 꽉 잡고 지킬 때, 계속하여 언제까지나 지킬 줄 알았는데. 그들은 모두 손 놓고, 그대를 이어 선배님들이 그 자리를 지금 지키고 있다. 나도 그 황혼의 자리를 지킬 것이고, 그리고 후배들에게 물려 줄 것이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 감나무 잎이 커감을 볼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이달 말 때쯤이면 잎도 성년이 되어 그 존재를 이 나무에 입증하리라 본다. 그리고 연두색의 여림을 벗고 진녹색의 잎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그 싱싱함으로 젊음을 내보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젊음이 정착되기도 전에 태풍급의 바람에 한라산 정상 쪽에는 300㎜ 정도의 비가 우리 북부에도 20~70㎜ 정도의 비가 온다고 한다. 이렇게 나무들의 삶에서 새싹들이 젊음을 영위하기 위해서 다지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을 때 기후라는 놈이 시샘하는 것 같다. 다 익은 농작물들의 수확기에도 이러한 현상이 찾아와 일 년의 농사를 다 망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나는 안다. 그때의 농사를 짓는 분들의 타들어 가는 심정을 나는 이 작은 것에서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정도인데 그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리라 본다.

 지금 나는 인생길에서 농부의 일 년 농사로 따지면 추수기 전인 것 같다. 이러한 추수를 앞둔 이 현실이 내겐 내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인 것이다. 어제의 젊음은 모두 떠났다 다시 올 내일에 내게는 있을, 내일 날의 젊음인 것이다.

 이렇게 현실을 논하고 있는 나에게 ‘나이아가라’라는 유행가 가사가 주는 의미는 무척이나 내 마음에 와 닿는다.

 그 가사를 한 번 살펴보자.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내 과거 묻지를 마세요. 알아서 무엇 하나요./ 지난 일은 지난밤에 묻어요. 살다 보면 다 그렇지/ 마음엔 나이가 없는 거란 걸, 세월도 비껴가는걸/ 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 나이아가라(가수: 김용임) >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네 인생사에 그래도 위안을 주는 가사 중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는 희망 섞인 문구가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을 다잡아주는, 그래서 내게 든든함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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