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독자기고
우리 마을의 다정한 이웃, 보건진료소
장은주  |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신풍보건진료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3.21  15:38: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의외로 매우 작은 것일 때가 많다. 가게 직원의 작은 미소, 무심코 베푼 친절에 대한 감사 인사 등 작은 이유로 하루가 충만해진다. 멀리서 산새 소리가 들려오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에 내가 근무하는 보건진료소가 있다. 여전히 병원을 가려면 1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보건진료소를 방문하는 대다수는 고령의 어르신인 경우가 많다.

2년 전 갓 발령을 받고 호기롭게 근무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해야할 일에 압도되어 방문하는 이들의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주어진 기한까지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은 종종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우편물을 가져와 읽어주기를 원하고 어디가 아파서 오셨냐는 물음에 한참을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신다. 마음에 작은 여유도 없던 그때의 나는 얼른 하던 업무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저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누구의 집이 어디인지 가족들이 누구인지, 그 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자 그들이 한 번 다녀가는 민원인이 아닌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할머니가 나에게 우편물을 가져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혼자 살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지 느낄 수 있다. 굳이 거창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들어주는 것, 미소 한 번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끼고 있다.

브라이언 헤어의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따르면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종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정함이라고 한다.

친화력으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협력해 어려움을 헤쳐나갔고 그 결과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적을 극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정함은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나 또한 우리 마을의 다정한 이웃이 돼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행복을 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10월 24일  |  대표이사:부임춘  |   발행인:부임춘
편집인:부임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아람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