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제주 전역에 제주4·3이 북한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도민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22일 제주도와 도내 정당에 따르면 제주시청 조형물 앞 거리를 포함 제주 전역 80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현수막은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4개 정당과 1개 단체가 공동 제작해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 기간은 4·3추념식 하루 뒤인 내달 4일까지다. 

해당 현수막을 내건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을 내건 이유 대해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이 ‘제주4·3사건이 북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한 후 더불어민주당이 제주 곳곳에 ‘4·3은 대한민국의 역사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준비했다. 4·3에 의해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인정하지만 역사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문대탄 우리공화당 상임고문도 “4·3 책임을 따지는 것은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오느냐의 문제”라며 “전혀 왜곡이나 폄훼가 아니다. 도민을 모욕하는 건 (4·3을) 도민유격대가 촉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라고 했다. 

이처럼 제주 전역 곳곳에 4·3이 북한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이 내걸리자 도민들은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제주도 신문고와 제주시·서귀포시 신문고에는 “4·3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관련 부서로 전화 민원도 일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4·3 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등 4·3관련 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정당 활동으로 게시된 현수막으로 철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4·3 단체 관계자는 “매년 4·3 추념식이 다가올 때면 4·3 역사를 폄훼하는 현수막이 내걸린다. 올해도 이 같은 현수막이 내걸려 유족들 가슴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당장 철거하고 유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