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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제와 다르게 봄이라는 계절은 정말 무시 못할 포근함을 내게 주는 것 같다. 이제 새싹들도 중년이 되어 제법 제 할 일을 다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감꽃이 잘 안 보이길래 ‘올해는 해가리 현상이 있는가?’ 하여 내년을 기대해야 하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음 한편 싹들이 빨리 크길 고대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가지를 뻗으면서 숨어있던 꽃들이 내게 선보이는 게 아닌가?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은 정말 흡족했다. 5년 전부터 접붙이기한 가지 들에서 감꽃의 행렬이 즐비했기에 내 마음이 더욱 흡족한 것이다. 이제는 제자리를 분명하게 잡아서 한 나무에서의 여러 가지 감 종류로 열매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제 5월이 되면 나는 거름을 주어 이 과일나무들을 보살필 것이다. 이들이 잘 자라도록 보호하기 위함이요, 그 사랑을 먹고 자람으로 반드시 보답하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봄날이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삶에서 아마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작게 남음을 예견하기 때문에 그 애착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 같다. 또한, 지나가는 바람이나 현재의 세월이나 그리고 커가는 나무들이나 그리고 내 주위를 맴돌며 노래 부르는 새들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건만, 나만 아주 완벽히 멀리 와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때로는 들기도 하는 이유가 무얼까? 내가 이 나이에 봄을 타는가보다. 어제도 보았던 감꽃들이 조금 더 커 있음을 느낀다. 한 10일 정도만 더 있으면 확실히 그 자태들이 드러나 더 선명하게 그들의 수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무언가 해놓고 그 내일을 지켜보는 그런 내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인다.
몇 년 전에 이러한 것들을 안 해놓았으면, 지금의 이런 생각이나 바램은 전혀 없었지 않았겠나 생각할 때 ‘그러면, 지금은 무엇을 하면서 소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잘했구나” 하는 마음에서 나 스스로 다독거리는 내 마음이 너무 좋아 한결 흡족하다. 감꽃이나 감귤꽃들이 많이 떨어지지나 않을지 궁금도 되지만, 이 문제는 하나님만이 아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동쪽의 해가 중천에 있고, 조금 전만 해도 피어 있지 않았던 영산홍과 참꽃, 철쭉들이 하나둘 그 얼굴을 내밀고 있음을 느끼며, 흐르는 세월의 적막감을 나는 본다. 이렇게 지나 분명 가을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보며 풍성함의 결실에 미소로 답례할 마음의 준비를 다 해야 하겠다. 장모님이 들어오시면서 감나무의 꽃을 확인한다.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보고 있으리다. 지금. 이내 감상의 결과를 내게 얘기한다. “올해도 감이 잘 열리겠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 우리 모든 식구가 사랑과 관심으로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요 며칠 전에는 집사람과 장모님 그리고 내가, 정원 구석구석의 잡초를 모두 제거하여 쾌적한 환경을 식구들에게 제공했다. 아마 이들도 그 보살핌에 “감사” 했으리라 본다.
말 못하는 식물들이지만, 그들끼리는 속삭였으리라 분명 나는 믿으며 너희들의 결실에 큰 미소로 한 페이지의 올가을을 장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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