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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한 현행 제주도 행정체제가 사실상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 실험적으로 도입한 행정시장 제도였기 때문이다. 독립된 법인격이 아닌 변형된 행정시 체제를 17년간 운영한 결과 기초자치제도의 본질인 풀뿌리민주주의는 후퇴했으며 도민 자기결정권도 약화됐다.
그런데 또다시 유사한 형태의 실험적 행정체제 개편이 오영훈 도정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란 명칭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용역에 들어간데 이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도민참여단 숙의 토론이 시작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제주도가 제시한 행정체제의 기관 구성이 현재 전국 지자체가 시행 중인 기관대립형이 아닌 기관통합형 기관이라는 점이다. 기관통합형 기초단체는 기초의원만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시장은 기초의회에서 의원 중에 뽑는 간선제 형태의 기관이다.
오 지사는 “기관통합으로 가려는 게 아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제주형’을 전제로 한 이유가 3~5개의 기초단체 구성과 단체장 간선제 도입에 목적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제주형’을 붙일 까닭이 없다. 기초단체장이 주민 직선제가 아닐 경우 제2의 행정시장 체제 형태로 회귀하고 만다.
특히 이는 올해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현행 기관대립형 기초자치단체 유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도 인구 50만 명의 제주시 행정시장과 20만 명의 서귀포시 행정시장이 전국 기초단체장협의회에 정회원으로 참여하지 못해 많은 지역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인구 5만 명의 단체장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도민참여단은 오는 10월 제주형 행정체제의 방향에 대한 최종 의견서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참여단은 오 도정의 시도하는 ‘제주형’이 아닌 전국 기초단체와 동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기초단체(기관대립형)의 환원을 선택해야 한다. 기관 구성 실패는 ‘행정시장 체제’ 하나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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