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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현행 행정시장 체제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전제로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행정시장 체제의 존속을 주장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시장 체제가 성공했다면 올해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와 내년 출범 예정인 전북특별자치도가 ‘제주형 행정시장’ 체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현행 행정시장의 문제점과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당위성에 대해 명확한 진단과 비교 분석 연구를 소홀히 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방자치학회는 최근 연구 용역 제2차 중간보고회에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안을 제시했다.
어떤 형태의 행정체제로 개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왜 이 제도를 선택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학문적·현실적·미래 지향적 설명은 부족하다. 지난 13일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2차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온 ‘미리 답을 정해 놓은 용역 수행’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더구나 막대한 투자(용역비 15억 원) 비용에 비해 중간 용역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른 특별자치도를 포함한 광역단체들과 동일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를 구성하지 않으면 제주도만 ‘외톨이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 행정시장 체제가 시행된 이후 다른 지방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주민소득이 하위권으로 떨어진 점 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혹자는 기초단체로 바뀌면 중앙의 권한을 되돌려줘야 하는 등의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중앙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역 주민의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 불필요하다. ‘제주형’이란 미명아래 다시 제주도만 적용하는 실험적 행정체제는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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