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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고전적인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됐다. 대부분의 초·중고 학교 현장은 진지하게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의 교육 열기가 뜨겁지만, 알게 모르게 학생들이 교사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거나 폭력까지 휘둘러 충격을 안겨주는 학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2년차 20대 여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교직사회가 들끓고 있다. A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경찰의 조사가 끝나면 밝혀질테지만, 갈수록 교권이 추락하면서 더 이상 교단에 설 자신감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무리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도 학생들이 교사를 따라주지 않고, 학부모들이 교사를 하대하고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는 교육 현장의 환경을 버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서울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여교사가 학급 제자인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사건 역시 대표적인 교권 추락 사례에 해당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지면 교육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학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과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도 심대한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근년들어 학생들의 인권만 중시하고 제도화하는 사이에 교사들의 지위는 곤두박질쳤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 학생들의 권리가 강화되면서 교사들은 교육적인 꾸지람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실현돼야 하는 것처럼 모든 교사도 같은 가치를 누려야 한다. 바로 학생인권조례 형태의 교원의 지위가 보장돼야 한다. 현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만으로는 추락하는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없다. 교실 내 교육적 지도 행위에까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나올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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