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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의 6개 공약 중 첫번 째가 상장기업 20개 유치·육성이다. 우선, 유치와 육성의 개념이 불분명하다. 유치는 수도권 등 도외 지방의 상장기업을 끌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육성은 제주도가 직접 상장기업을 키우겠다는 의미인지, 도내 기업 가운데 실적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상장기업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 지 불명확하다.
사실상 오 지사의 정치생명은 상장기업 유치와 육성에 달린 셈이다. ‘제1호 공약’은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약속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불확실한 정책을 ‘1번 공약’으로 제시할 후보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 지사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상장기업 공약을 성공시키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상장기업 20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부실한 기업을 유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상장기업 육성’은 ‘상장기업 유치’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일종의 면피용 수단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까지 수도권 기업 제주 유치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20개 상장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제주지역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시설 부지 및 사무실 무상 임대 또는 저가 제공과 지방세 등 세제 감면 혜택 등만 누리고 기업의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도 있다.
도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한 번에 기업을 이전하지 않고 일부 업무만 놔두고 핵심 업무는 이전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상장기업의 숫자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주에 정착할 건실한 기업을 끌어오는 일이 더 중요하다. 벌써 오 도정에 의해 상장기업 육성 지원 사업에 선정된 A기업의 주식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런 유형의 상장기업들은 성공이 보장될 수 없다. 오 도정은 유치·육성한 상장기업이 부실 판정을 받을 경우 끝까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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