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려 5.18 왜곡 대응 사례를 청취하고 4.3 왜곡에 대응에 필요한 조건들을 논의했다. 전아람 기자

[제주신문=전아람 기자] 보수정권 집권기에는 4·3을 왜곡하는 이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16일 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도내 4·3유관기관·단체들이 공동주최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강행옥 광주민주화운동 법률지원위원장은 “왜곡을 처벌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같은 의견을 밝혔다.

 강 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법에서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은 것과 관련 “광주는 이미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정명을 얻었다. 불과 십수년 만에 정명을 얻었는데 4·3은 정확한 정명을 얻지 못했다” 며 “정명을 얻었을 때야 처벌 규정도 들일 수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4·3은 김일성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라고 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 대한 유족들의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정 ‘집단’을 표시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기조에 따라 수사하는 검사들이 ‘눈치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강 위원장은 “광주(5·18)도 상당히 진보정부였는데도 불구하고 전두환을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6개월 동안 캐비넷에 그대로 있었다. 내 대학동기 검사장이 부임해 ‘수사해라’하니까 그때부터 검사들이 움직이더라”며 “보수정부 때는 경찰에 고소해도 잘 안 움직인다. 죄가 될 만한 것도 캐비넷에 쌓아 놓는다. 그 사람들(검사들)이 기소하는 것이 자기 업적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권력에 민감한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5·18 해결 경험과 관련한 4·3왜곡 행위자 대응방안으로는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과 언론협조, 변호사 전문가들의 헌신적 노력이 합쳐지면 성과가 있을 것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곡행위자 처벌 외에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고성만 제주대 교수는 ‘4·3왜곡 논의장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과연 법정에서 혹은 국회에서 해결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법이 필요 없다는 것 아니나 모든 판단과 집단지성을 법에 의존해도 될 것인가 의문이다.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단죄해야 할 대상인지, 화해와 상생의 구성원으로 편입시켜야 될 대상인가 고민도 필요하다. 벌칙, 형벌만이 혐오와 차별 조롱을 방지, 억제할 수 있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4·3왜곡 처벌조항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이 보호받는 이가 희생자로 인정된 이들에게만 한정된다는 한계를 지적한 고 교수는 해당 조항이 신설만으로 4·3역사왜곡의 근절될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봤다.